금감원,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른 실적카드업계, IFRS 기준으론 30% 이상 실적 하락‘수수료 인하 압박 위한 인위적 숫자 놀음’ 반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하겠다며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정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사들이 먹고 살만하니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 8개 전업 신용카드사의 올해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5370억원에 비해 2731억원(50.9%) 증가했다.
이 자료를 보면 순이익이 없는 하나카드 외에 7개 카드사 중 6개 회사의 순이익이 최대 5배 이상 일제히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60억원에서 327억원으로 267억원(445%) 순이익이 늘어 증가폭이 가장 크다. 우리카드의 순이익도 192억원에서 563억원으로 371억원(193.2%) 늘었다.
삼성카드는 822억원에서 1353억원으로 531억원(64.6%), 국민카드는 767억원에서 1225억원으로 458억원(59.7%) 순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금감원은 가맹점 수수료가 1953억원 증가했지만, 마케팅비용이 3235억원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 측은 “카드 이용액 증가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과 할부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고 카드론 취급 확대로 카드론 수익도 증가한 반면, 카드사간 경쟁 심화 등으로 마케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제 살 깎기식 외형 경쟁으로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이 발표한 순이익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산출한 것으로 IFRS 기준 순이익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과 IFRS는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달라 순이익에 차이가 발생한다.
IFRS 기준 연결 재무제표상 8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193억원에 비해 4524억원(31.9%) 감소했다.
이 기간 업계 1위사 신한카드를 비롯한 6개 회사의 순이익이 줄었다. 올해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카드사의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6312억원에서 2819억원으로 3493억원(55.3%)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금감원에서 순이익이 5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한 롯데카드는 612억원에서 546억원으로 66억원(10.8%) 순이익이 줄었다.
현대카드는 1308억원에서 774억원으로 534억원(40.8%), 하나카드는 751억원에서 516억원으로 235억원(31.3%) 순이익이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된 데 이어 올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상향 조정돼 수수료 우대 대상이 확대됐다.
올해 2월 8일부터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돼 장·단기카드대출 금리가 낮아졌다. 카드사들은 연 이자율이 24%를 초과하는 기존 대출계약의 금리를 24% 이하로 인하했다.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자료를 발표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1월부터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하는 내용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또 올 연말에는 3년 주기 산정 원칙에 따라 적정 원가에 기반해 재산정한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발표만 보면 카드사들의 사정이 굉장히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영세·중소가맹점 확대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영업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는 0%대 수수료 인하 압박에 일부 기업계 카드사가 백기를 들고 지분 매각을 통해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바닥에 떨어져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위기감이 높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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