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19일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2007년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법, 파견법)이 기업의 고용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비정규직법 내용 중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 등으로 전환하도록 한 ‘사용 제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고용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자료는 사업체 패널조사 1∼4차 연도(2005∼2011년) 자료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법 시행 이전에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사업체일수록 법 시행 뒤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으면 법시행 후 전체 고용 규모가 약 3.2%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10%포인트 높은 사업장은 정규직 고용 규모가 약 11.5%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용 기간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용역·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의 고용은 10.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규제가 정규직 외에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다른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일종의 풍선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규제의 풍선효과는 사업장에 노조가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정규직보다 기타 비정규직의 증가가 주로 관찰됐고, 무노조 사업장은 정규직 증가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고 KDI는 설명했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근로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사용자가 느끼는 근로조건의 경직성 정도가 비슷한 수준일 때에는 노조 유무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 비정규직 남용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유연화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 규제가 자칫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용역·도급직을 늘려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동 유연성 개념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확장해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고용 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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