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경제’ 작동안하는 시스템 불만최근 여러차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비판“소득주도 성장 선순환, 일자리가 전제조건”사람에 대한 투자는 과거부터 줄기차게 강조박근혜 정부에서도 창조경제·줄푸세등 지적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지난 6일 “김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의장이 이미 5월부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온 것으로 안다”며 “거듭 만류했지만 본인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중순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은 지난해 대선 막바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돼 핵심 경제공약인 ‘J노믹스’를 설계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왔다.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 의장은 문 대통령이 맡고 있다.
김 부의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 부의장은 지난 2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의사결정 지배구조부터 정책결정 시스템, 집행과정의 소통 등 모든 단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 방향도 애초 의도와 다르게 엉뚱하게 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달 11일엔 SNS에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투자와 생산 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시장을 모르고 한 결정”이라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으며, 근로시간 단축엔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를, 부동산 대책에는 공급 확대를 조언했다.
김 부의장이 공개적으로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정책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경선 당시 줄푸세 공약을 입안할 때 아이디어를 낸 것도 다름 아닌 김 부의장이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정부 대선공약인 ‘창조경제’ 밑그림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처음부터 얘기를 잘못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 아이디어다. 새 아이디어가 사업화되어 경제적 가치가 생기려면 짧아도 3년, 길면 10년이 걸린다”며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창조경제를 위한 인프라를 깔겠으니 다음 정부가 꽃피워달라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 아이디어는 벤처 중소기업이 내놓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대기업이 하는 곳은 없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성과를 내려고 대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는 창조경제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안 된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비판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김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일자리가 전제조건”이라며 “일련의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소득주도성장 연결고리가 모두 끊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 부의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과거 그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하냐는 질문에 “교육, 건강(의료), 안전산업처럼 성장과 일자리, 국민 화합에 모두 도움 되는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일례로 초등학교의 의자, 책상, 어학실습시설, 낙후 교사를 업그레이드(격상)하는 데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건설, 전자제품, 커리큘럼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가 상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다시 자리를 제안해도 받아드리지 않겠다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난 안 한다. 학자가 정치인을 도울 때는 ‘자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어렵다”며 “일부에선 내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자리를 안 주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건 아니다”며 자신의 뜻을 밝혔었다.
이번 김 부의장의 사퇴 표명의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연내 입법이 어려워지면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시인하면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자신의 건의가 수용되지 않은 것이 사의 표명의 이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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