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취임 후 금융계열사 차례로 매각해금융업 의지 높지만 악연···SKT 통한 재도전 기회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키움증권이 구성하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하나금융그룹과 참여한다. 3사는 컨소시엄 구성과 구체적인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착수했다.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그룹은 과거 SK생명·SK증권·SK투신운용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금융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해야 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의 여파였다.
SK글로벌은 2003년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8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게 됐고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당시 채권단은 생명·증권·투신 등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SK그룹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SK증권의 자회사였던 SK투신운용이 매각됐다. SK증권은 2004년 2월 미래에셋증권에 SK투신운용을 매각했다.
이어 미래에셋은 SK생명도 사들였다. 당초 SK그룹은 미국 메트라이프와 SK생명 매각에 합의했지만 막판에 거래가 무산되면서 결국 미래에셋이 SK생명을 가져가게 됐다.
다만 최 회장은 마지막 남은 금융계열사였던 SK증권은 지켜냈다. SK네트웍스가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하면서 SK증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SK네트웍스의 자구계획 목표가 초과 달성된 상황에서 SK증권의 매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SK증권도 지난해 SK그룹의 품을 떠났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SK그룹이 공정위로부터 SK증권 주식 매각명령을 받은 첫 시점은 지주회사 SK㈜가 출범한 2007년이다. 당시 SK증권은 SK네트웍스의 자회사였다.
SK그룹은 SK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인 SK C&C에 넘겼다. 최 회장의 금융사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8월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SK증권이 다시 지주회사 체제로 들어오게 됐다. SK그룹은 SK증권을 2년 안에 매각해야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최종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로써 SK그룹에는 금융계열사가 남아 있지 않게 됐다. SK텔레콤이 전략적투자자로 하나카드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다. 최 회장은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금융업에 다시 도전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ICT 기업에 대해 금산분리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그룹 전체의 자산에서 정보통신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정유화학 등이 주력인 SK그룹은 예외 조항에 해당되지 않지만 SK텔레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SK㈜가 지분 28%를 보유한 쏘카는 토스·신한금융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은행에 도전한다. 최 회장으로서는 금융업에 발을 담글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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