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각종 사안 두고서 수차례 갈등 드러내올해는 종합검사·재취업 제한 등서 의견 공조기관 내부서 “소모적 충돌 말자” 분위기 형성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기관 간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렇다 할 분쟁 없이 조화롭게 당국의 당면 현안을 처리해나가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두 기관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다. 금감원의 올해 예산 문제를 두고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해체 촉구 발언을 하는가 하면 금융사 종합검사 부활을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직·간접적으로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갈등은 금세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윤 위원장이 꺼낸 ‘유인부합적 종합검사’에 대해 최 위원장도 취지를 적극 공감했고 결국 금감원의 의도대로 종합검사 계획이 부활하게 됐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윤 원장의 꾸준한 설득에 최 위원장이 수긍한 모양새가 됐다. 아울러 두 수장이 각자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검사 재개를 둘러싼 기관 간 갈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됐다.
이 문제 외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동시에 공감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금감원을 떠난 퇴직 직원의 금융권 재취업 제한을 완화하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 퇴직자들의 금융권 재취업 제한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종구 위원장은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말 “금감원 직원의 재취업 제한 규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또 금융 시장 내 불공정 거래 조사와 수사 강화를 위한 특벌사법경찰 제도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호 공조를 통해 묘책을 내놓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때 서로를 원수 보듯 했던 이들 기관이 이처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권 다수 관계자들은 “스스로 화합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 인력들끼리 싸워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특히 각 기관의 간부들이 서로 나서서 양보를 통해 대안을 찾자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당국 내부의 분열은 곧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 소비자의 피해로 확산된다는 것을 당국도 알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의 한 간부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론은 있을 수 있겠지만 소모적으로 싸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고 금감원의 한 간부 역시 “금융위는 일처리 과정에서 같이 있어야 하는 기관인 만큼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기관 간의 향후 역학 관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불안한 국면은 있지만 일종의 안정적 밀월 관계가 유지되는 만큼 이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갈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관 간의 신경전이 불러올 부정적 효과와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당국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돌발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 기관 간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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