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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신화 이끌었지만···땅콩·물컵 등 갑질에 무릎

[조양호 회장 별세]항공신화 이끌었지만···땅콩·물컵 등 갑질에 무릎

등록 2019.04.08 12:55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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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선구자···글로벌 업계서 ‘거물’로 통해땅콩회항·물컵갑질·폭행·횡령 등 총수일가 구설거센 경영퇴진 압박에 대한항공 사내이사 물러나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부고가 전해졌다. 국내 항공신화를 이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별세 이유를 숙환(오래 묵은 병)이라고 밝혔다. 평소 앓던 폐질환이 악화되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1974년 한진그룹 미주지역본부 과장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해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2년 조중환 한진그룹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2003년 그룹 총수에 올랐다.

조 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일생을 바쳤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물류를 아우르는 글로벌 운송기업으로 거듭났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는 ‘거물’로 통할 정도로 높은 위상을 세웠다.

하지만 조 회장의 ‘경영 말년’은 구설로 몸살을 앓았다. 오너일가의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박을 받았고, 이 파장으로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직을 상실했다.

조 회장의 경영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오너리스크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며서부터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 회장 일가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조 회장은 직접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전격 사퇴시켰다.

한진해운 사태도 조 회장을 괴롭혔다. 한진해운은 1997년 조중훈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한 회사로, 국내 해운업계를 이끈 1위 업체였다. 하지만 유동성 문제와 정부 지원 중단 등이 맞물리면서 존폐위기에 봉착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등 그룹 주력 계열사의 자금 1조2000억원을 투입하며 한진해운 회생에 나섰지만, 결국 2017년 2월 파산했다. 아버지가 세운 한진해운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조 회장에게 뼈아픈 상처로 남았다.

지난해에는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을 던졌다는 ‘물컵 갑질’이 불거지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례까지 다시 거론됐다.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고, 조 회장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특히 조현민 전 전무가 외국인 국적임에도 불구,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불법재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에어는 간신히 면허 취소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전히 국토교통부의 신규 노선 취항·항공기 도입 제재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폭행과 폭언 논란에 휘말렸다. 이와 별개로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명품 밀수·탈세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오너일가의 논란은 조 회장의 경영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제왕적 지배경영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조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다.

국내 대기업 오너 중 주주들에 의해 경영권을 빼앗긴 것은 조 회장이 처음이다. 더욱이 45년간 키워온 대한항공에서 물러났나는 데서 조 회장이 받은 상실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올해로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산역사로 불린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각종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탁월한 혜안으로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오너리스크만은 해결하지 못했고 눈을 감았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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