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전 회장 퇴직금 400억 지급한진칼·진에어 등 4개 상장사 300억 추정돼비상장사 포함시 1000억 안팎 현금확보 가능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조 전 회장의 퇴직금으로 약 400억원대를 지급했다. 퇴직금은 대표 상속인이자 조 전 회장의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정관과 퇴직금 규정에 따르면 회장은 재임기간 1년당 6개월치분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조 전 회장은 1992년 사장, 1999년 회장으로 승진하며 약 27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 조 전 회장이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받은 급여는 31억3044만원이다. 퇴직금은 연봉의 절반인 15억6522억원에 27을 곱한 약 430억원이다. 소득세법상 퇴직소득 한도 규정에 따라 퇴직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타근로소득까지 더하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퇴직금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조 전 회장이 대한항공으로부터 6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퇴직 위로금(퇴직금 2배 이내)이 더해져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 일가는 퇴직 위로금을 받지 않겠다며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부채비율이 전년보다 34% 가까이 늘어나는 등 경영환경이 불안정한 데다, 퇴직 위로금을 수령할 경우 회사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 외에도 한진칼, ㈜한진, 한국공항, 진에어 등 4개 상장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는 퇴직금 산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만 가능하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26억5830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회장으로 재직한 기간은 2014년부터 4년이다. 대한항공과는 다른 퇴직금 규정을 가지고 있어 직급별 지급률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500% 이상의 지급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급X근속연수X지급배수에 따라 계산하면 퇴직금 규모는 44억원이다.
㈜한진에서는 2001년부터 17년간, 한국공항에서는 2002년부터 16년간 근무했다. 조 전 회장은 2018년 3월 진에어 대표이사 회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등기이사직은 1년간 유지했다. 조 전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한진 11억985만원, 한국공항 23억2335만원, 진에어 14억9600만원이다.
나머지 계열 상장사로부터 수령할 퇴직금은 ▲한진칼 44억원 ▲㈜한진 79억원 ▲한국항공 155억원 ▲진에어 6억원으로 추산된다. 기타근로소득을 더하면 300억원대 안팎이고, 대한항공 퇴직금과 합치면 700억원 이상이다.
이와 함께 조 전 회장은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 4개 비상장사로부터 200억원대의 퇴직금도 받을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조원태 회장 일가는 조 전 회장의 퇴직금으로만 약 1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의 퇴직 위로금 수령을 거절한 만큼, 다른 계열사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 일가가 상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일부 매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7.84%(1055만주)이다. 상속세율 50%와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까지 고려하면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000억원대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는 지분율을 14.98%까지 끌어올리며 1대주주인 조 전 회장과의 격차를 3%대 미만으로 좁혔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선친의 지분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1000억원에 가까운 현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팔지 않고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점처진다. 조원태 회장은 상속세를 최대 5년간 6회에 걸쳐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매회 400억원씩 납부하면 된다.
부족한 상속자금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확대,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부동산 처분 등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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