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보유···인수시 대형항공사 발돋움인수 자금 2조원 안팎···7조 넘는 부채 부담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본격화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기회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경그룹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제주항공 설립부터 관여했을 정도로 항공업에 주력하고 있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을 경우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가장 관건이 될 전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를 위해 매각주간사 선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은 현재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기업 중 유일하게 항공사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만큼 경쟁사로서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주간사 선정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이 항공업에 뛰어든 것은 2006년 제주항공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채 부회장은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해 제주항공의 성공을 이끌었다. 실제로 채 부회장은 2009년 재무구조가 악화해 면세점과 제주항공 중 하나를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제주항공을 선택하는 대신 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업 초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항공은 2011년 첫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매출액이 2012년 3411억원, 2013년 4341억원, 2014년 5016억원, 2015년 6081억원, 2016년 747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앞자리를 갈아치워왔다. 2017년에는 996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조2594억원까지 성장하며 1조원 시대를 열며 애경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발돋움 했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에도 별도기준 매출 3913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8%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25.1% 확대됐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은 대형 항공사 인수를 통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경그룹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업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항공사를 인수하면 보유 항공기와 노선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에 놓였을 당시에도 애경그룹이 진에어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애기가 돈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4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7월 제주~후쿠오카, 무안~후쿠오카, 부산~싱가포르 등에 신규 취항하는 등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할 경우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포함해 항공기 150대를 보유하게 되는 데다 유럽이나 북미 등 장거리 노선이 더해져 대한항공을 위협하는 대형 항공사로 성장 가능하다.
다만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 능력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는 2조원대 전후로 추정되나, 애경그룹의 자금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1조3833억원이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550억원에 불과하다. 7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을 경우 애경그룹의 부채비율이 급등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 대부분이 해외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적항공사를 매각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여기에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용 기재가 다르다는 점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보잉의 기재를, 아시아나항공 계열 3사는 에어버스 기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종이 다르면 정비인력, 부품, 승무원 훈련까지도 모두 따로 해야해 비용이 더 들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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