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는 기준금리 깜짝 인하로 지속되는 역마진 우려에 새 자본규제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까지 가중됐다. 손해보험업계는 차량 정비요금 인상 등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한 해 세 번째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눈치만 살피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만이다. 시장 안팎의 예상보다 시기를 앞당겨 단행한 전격적인 조치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은이 올해 4분기 중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어 온 보험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들은 이미 확산된 역마진 공포에 자본 확충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주된 자산운용 수단인 채권 투자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는 계속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해 역마진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생보사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연 5%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한 바 있다.
채권 재분류를 통해 평가손실을 줄이고 대체투자처 발굴을 통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따라 미래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낮아져 준비금 적립 부담도 늘어난다.
이는 오는 2022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IFRS17은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며,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K-ICS가 도입될 예정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채권 투자수익률 하락에 따른 자산운용수익 감소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주식과 채권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한 보험사일수록 서둘러 대체투자처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책임준비금 할인율 조정 구간이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가중되고 있는 자본 확충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생보사들이 금리 인하의 충격에 휩싸였다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의 2019년 상반기(1~6월·가마감)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87.1%로 전년 동기 81%에 비해 6.1%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보험금 원가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손해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개 손보사는 1월 지난해 손해율 상승분과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을 반영해 평균 2.7~3.5% 보험료를 인상했다. 6월에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취업가능연한을 65세로 상향 조정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반영해 평균 1~1.6%를 보험료를 올렸다.
그러나 1월 이후 개별 정비업체들과의 추가 재계약에 따른 정비요금 인상분은 아직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계약 비율만큼만 인상분을 산정토록 했다.
손보사들은 한 차례 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 해에 세 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하는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담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하는 대신 기존 보험료 할인특약의 할인율을 축소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분을 일부 할인특약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셈이어서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한방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다양한 보험금 원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근본적으로 정비요금 인상분을 추가로 반영해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는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름철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침수 피해 발생 시 손해율을 더 치솟을 수 있다”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보험영업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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