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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라오스 댐 붕괴 1년···현지 상황은

SK건설 라오스 댐 붕괴 1년···현지 상황은

등록 2019.07.23 17:33

수정 2019.07.24 10:20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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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지원 끊기고 소정 생활비도 몇 개월째 안나와 막막캠프 한 개당 500여명 생활···완벽 이주까지 4~5년 소요현지주민 “사고 낸 한국 측 관계자 전혀 나타나지 않아”시민단체, 정부와 SK건설 모든 책임있는 배·보상 촉구

지난 1월 라오스 댐 붕괴 사고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지난 1월 라오스 댐 붕괴 사고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

지난해 일어난 SK건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피해지역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23일 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SK건설은 해당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현지 한인들 및 국내 시민단체들은 올해 1월부터는 피해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2018년 7월 23일 SK건설이 라오스 아타프주 세피안-세남노이 지역에서 시공하던 댐이 무너진 사건이다. 이 사고로 한꺼번에 댐에 있던 물 5억톤이 쏟아졌고, 13개 마을이 사라졌다. 당시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농경지(1998ha)가 침수됐으며 공식적인 집계로만 사망자 49명, 실종자 22명, 이재민 6000여명이 발생했다.

라오스 한인회 관계자는 현지 상황에 대해 “하루에 한화 800원 정도되는 돈을 받고 지내고 있는데 이정도로는 반찬정도 겨우 사먹을 수 있다”며 “SK건설은 초기에 100억원을 라오스 정부에 준 뒤로 인도적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산·사회주의 나라인 라오스의 특성상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라오스 물류사업에 정통한 한 한인회 관계자는 사고 직후 100억원을 정부에 지급한 뒤 올해 초부터는 SK측에서 해외봉사활동이나 지원용 물류가 이동한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 소속 윤지영 피스모모 정책팀장 역시 “피해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농장을 가지고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삶을 터전을 잃은 후 식량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난 1월 사고 지역에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반찬도 사먹지 못할 정도의 지원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라오스 댐붕괴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지난 1월 라오스 댐붕괴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

현재로선 피해주민들의 이주 절차가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4~5년이 걸리는 데다, 국제적인 관심과 원조도 대부분 끊어진 상황이다. 피해지역에는 5개 임시 캠프가 설치돼 많게는 500여명의 주민이 한 캠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라오스 정부 조차 이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 측은 외부인들이 피해지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현지 상황 공유도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다.

라오스 한인회 관계자는 “사고 직후부터 2달 뒤 쯤 라오스 정부는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은 피해지역 사진이나 정보를 유포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 이슈에 대해 민감하다는 것이다.

SK건설도 현지 여론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SK건설에서도 라오스 댐 사고 국제적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 대학교에 다니는 라오스 학생을 단기 채용해 태국과 라오스에서 나오는 사고 기사를 모니터링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라오스 정부와 SK건설의 사고 책임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5월 28일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사고에 대한 독립전문가위원회가 발표한 ‘사고 원인은 인재(人災)’라는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고,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SK건설 관계자는 “라오스댐 붕괴사고는 독립전문가위원회의 공학적 근거가 결여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그 다음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공방 속에서 피해지역 주민들은 사고 당시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정책팀장은 “최근 두세달 동안은 정부 지원금도 끊어진 상태에서 보상 논의 등도 주민들에겐 전혀 닿지 않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은 라오스 정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상황에 대한 절망감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라오스댐 붕괴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지난 1월 라오스댐 붕괴 피해지역 전경. 사진=피스모모 제공

한국시민단체가 올해 초 피해지역에 방문한 결과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사고를 낸 한국측 관계자가 전혀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산 위에 댐이 있는 줄도 모르고 당한 사고로 삶의 터전이 망가졌는데, 복구가 되려면 4년이 넘게 걸린다니 이렇게 못살겠다”며 “한국 측에서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윤 정책팀장은 “PNPC 법인이 SK건설(26%), 한국서부발전(25%), 태국 RATCH(25%), 라오스 LHSE(24%) 등 4개 회사가 출자한 합작법인이라 의사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공식적인 배상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가 지난해 7월 23일 발생한 라오스 댐사고에 대한 SK건설의 책임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23일 오전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가 지난해 7월 23일 발생한 라오스 댐사고에 대한 SK건설의 책임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 TF’는 사고 1주기인 23일 S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원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 팀장은 “모든 개발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며 “댐이 지어지는 사실조차 몰랐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와 집을 잃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강물과 눈물에 잠겨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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