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쥔 이명희 고문···맏딸과 유독 각별집안어른이자 그룹 영향력 막강, 사전교감 가능성이 고문 최측근 밀어낸 조 회장, 신임 잃었단 관측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조 전 회장이 소유하던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상속받았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간 지분 격차는 0.03%에 불과하다. 남매간 지분경쟁이 시작되면 이 고문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모친인 이 고문과의 교감없이 독단적으로 조 회장을 공개 저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은 특히 각별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고문이 집안 어른일 뿐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도 막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그룹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던 이 고문이 조 전 회장 별세 직후 공식 직책을 얻어 경영 참여에 선언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법정비율로 상속을 마무리하면서 이 고문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졌다”며 “그룹 임원 중에서는 소위 ‘이명희 라인’에 서기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귀뜸했다.
조 회장이 이 고문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눈 밖에 났고, 조 전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고문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임원 중 일부가 올해 정기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떠났다. 대표적으로 이 고문 측근으로 알려진 이병호 전 대한항공 동남아본부장은 칼리무진으로 전출됐다. 이 전 본부장은 인사 직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이 고문 측근들이 많이 밀려난 반면, 조 회장 측근들은 요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의 이번 행보가 이 고문의 승인이나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면 조 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율을 합치면 총 11.8%다.
막내인 조 전무는 아직까지 언니, 오빠와 큰 마찰을 빚고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무가 지난해 4월 ‘물컵논란’ 이후 14개월 만에 조기복귀한 배경에도 경영권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다만, 조 전무는 어머니인 이 고문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평창동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살고 있는 조 전무는 공정거래위원회 차기 총수 논란이 불거질 당시 이 고문과 함께 법률대리인을 만나 논의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조 전 부사장 못지 않게 이 고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 전무가 이 고문, 조 전 부사장 편에 서면 총 지분율은 18.27%로, 조 회장을 압박하기에 충분한 지분을 갖추게 된다.
이같은 주장에 반론도 있다. 조 회장을 총수 자리에 앉힌 인물이 이 고문인 만큼, 조 전 부사장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 고문이 아들인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조 전 부사장이 KCGI(17.29%), 델타항공(10.0%), 반도그룹(6.28%) 중 한 곳과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또다른 이유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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