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한국서 담당경영정상화 교두보 마련할 글로벌 전략 SUV소비자 옵션 선택 가능해···제품 경쟁력 확보총 5개 트림, 2개 엔진···1995만~2620만원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시승해 본 기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 말은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어떤 이는 ‘다른 차종들과 경쟁해볼 만 하다’는 뜻으로 말했고, 다른 이는 ‘한국지엠 구원투수가 될 만 하다’고 했다.
한국지엠 역시 트레일블레이저를 놓고 “혼을 갈아넣어 만든 차”라고 표현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에서 연구개발과 디자인, 생산까지 도맡은 글로벌 전략 SUV다.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SUV 이쿼녹스 사이를 메우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이끌 차종이다.
가장 달라진 점은 ‘옵션’이다. 한국지엠 판매 차종들은 소비자가 트림별로 원하는 옵션을 직접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웬만한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되면서 초반 가격이 높게 책정됐고, 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소비자 취향에 맞게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소위 ‘깡통’ 모델의 시작가는 1995만원으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기아자동차 셀토스(1965만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공들은 흔적이 엿보인다. 쉐보레 특유의 각진 이미지보단,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세련된 인상을 준다. 전면부는 듀얼 포트 그릴을 적용했고, 크롬으로 상하를 구분한다. 하단부의 매트한 재질과 하이글로시 블랙은 현대적이다.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과 지붕을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 후면부까지 이어지는 근육질의 보디라인은 SUV 특유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임팩트 SUV지만, 체급보다 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아가타 레드, 모던 블랙, 스노우 화이트 펄, 새틴스틸 그레이, 진저 오렌지, 미드나잇 블루 등 6가지 기본 외장 컬러를 제공한다. 스포츠 감성을 강조한 RS 모델은 이비자 블루를, 오프로더 이미지를 내세운 ACTIV 모델은 제우스 브론즈를 각각 전용 컬로로 한다. 결과적으로 총 8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실내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조작버튼은 잘 정돈된 인상을 준다. 특히 넉넉한 실내공간 덕분에 뒷좌석에서도 다리를 충분히 필 수 있었다. 휠베이스는 2640mm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트렁크 용량은 460리터로, 2단 러기지 플로어를 적용해 트렁크 바닥 부분의 높낮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6대4 비율로 풀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최대 1470리터까지 확장된다.
공간 활용성도 눈에 띈다. 앞좌석 중앙 센터페시아 하단과 콘솔박스에 넓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운전자가 각종 소지품들을 수납할 수 있게 했고, 원형 컵홀더 안쪽으로는 가로와 세로로 홈을 마련해 운전자가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소형 소지품을 쉽고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석과 보조석 하단에 마련된 공간에는 가방, 신발 수납 등을 둘 수 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김포시 양촌읍의 목적지까지 47㎞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 차량은 액티브 모델로 1.35ℓ 가솔린 E-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낸다.
전체 5개 트림 중 3번째 등급인 프리미어 모델부터 최상위인 RS 모델까지 이 엔진이 장착됐다. 하위트림인 LS·LT 모델에는 1.2ℓ 가솔린 엔진이 달렸다. 1.2ℓ 가솔린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준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했다. 도심 구간을 빠져나가는 동안 브레이크 페달링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상보다 예민하게 반응해 어색한 느낌이 든 것. 유압식이 아닌 전자식 브레이크여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고속구간에 접어들자 9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민첩하고 부드럽게 질주했다. 디젤 엔진에 버금가는 탄력적인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한 마디로 가속성능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즉각적인 핸들링은 운전 재미를 더했다. 속도가 제법 붙었지만 흔들림 없이 치고 나갔다. 곡선 구간에서의 밀림 현상은 없었고, 바닥에 밀착해 안정적으로 탈출했다.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은 동급 모델보다 정숙했다. 일반 주행에서는 소음이 거의 없었다. 고속 구간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느껴졌지만 신경을 거스르는 수준은 아니었다.
중형급 이상에 주로 적용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잘 작동됐다. 앞차와의 간격과 속도를 맞추면 앞차 진행 상황을 능동적으로 인식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인데, 커브 구간에서도 무난하게 차선을 인식했다.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첨단 능동 안전사양으로 안정성도 더욱 높였다.
편의사양은 한층 강화됐다. 스마트폰과 인포테인먼트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능이 동급 최초로 추가됐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듀얼 커넥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시스템 등 주행 중 케이블 없이도 편안하게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스카이풀 파노라마 선루프를 비롯해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간단한 킥 모션으로 손쉽게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쉐보레 보타이 프로젝션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등 동급 최초로 유일하게 적용됐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9.5㎞/ℓ로, 공인 연비 12.9㎞/ℓ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3명의 탑승자와 가다서다를 반복한 도로 환경을 감안할 때 준수한 성적이다. 뻥 뚫린 도로를 쾌적하게 달린 동승자의 경우 11㎞/ℓ대가 나왔다.
카허 카젬 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한 고객들은 강렬하고 스타일리쉬한 디자인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급을 뛰어넘은 차체 크기, 동급 최고의 연비 효율, 동급 최초의 9단 자동 변속기와 E-터보엔진의 완벽한 조합이 구현해 낸 뛰어난 주행 성능, 최고 수준의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만족을 얻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LS 1995만원 ▲LT 222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RS 2620만원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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