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생필품·식품 매출 급증확진자 방문 매장 휴업 잇따라다중시설 기피 현상 뚜렷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 마트, 쇼핑몰 등 다중시설 이용을 기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 해 내수가 얼어붙을 가능성을 두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생필품 구매는 ‘쑥’ = 사람들이 외출을 피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면서 온라인 채널의 매출액은 크게 늘고 있다.
SSG닷컴에서는 식품과 손세정제의 매출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의 라면, 가정간편식(HMR) 등 간편 대용식의 매출이 전년 동기(전년 설 연휴 마지막날부터 5일간인 2월 6일부터 10일) 대비 42% 늘었다. 마스크, 손세정제 등의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배 신장했다.
위메프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최근 주말 3일간 마트(생필품)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액도 72%나 늘었다.
G마켓에서도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식품과 생필품, 위생용품 등의 매출액이 늘어났다. 전주 대비 즉석밥은 102%, 생수는 105%, 컵밥/덮밥은 215%씩 늘었고 화장지/물티슈는 113%, 샴푸/린스는 79%, 마스크는 347%, 손소독제는 1102%씩 확대됐다.
11번가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일주일간 신선식품의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51%, 생필품이 134%, 가공식품이 21% 늘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의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2005%, 2850%씩 급증했다.
배달앱 이용도 크게 늘어났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기간(1월 24~27일) 배달의민족에 접수된 주문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60% 늘어난 540만 건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주문량이 감소하는 설 연휴 직후에도 주문 건수가 더 늘고 있다.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배송신청이 조기 마감되거나 배송되는 시간이 지연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달 27일 이후 온라인 배송의 주문마감율 90~95% 내외로 평소보다 상승했다. 주문이 증가하면서 네오, 이마트PP센터 등의 배송 마감 시간도 기존보다 평균 1~2시간 앞당겨졌다.
마켓컬리도 지난 1일 냉장 상품 주문량이 처리 가능한 수준(하루 4만건)이 넘어가자 주문을 조기 마감했다. 쿠팡은 지난 2일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배송이 최대 두 시간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뚝’ = 반면 백화점·쇼핑몰·대형마트나 영화관처럼 다수가 이용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가 끝난 후부터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다녀간 매장들이 공개되자 다중시설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신라면세점 서울점·제주점과 이마트 부천점이 임시휴업에 들어갔고,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3일부터 임시 휴업한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마트 군산점이 휴업했다. 확진자의 배우자가 협력사원으로 근무하는 AK플라자 역시 3일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유통매장 외에도 CGV성신여대입구점과 부천점, 서울 강남의 음식점 한일관 등도 확진자가 다녀간 후 휴업했다. 이처럼 문을 잠그는 매장이 늘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더 줄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백화점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 9∼10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주말 매출이 12.6% 감소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전체 매출이 8.5% 줄었다.
업계에서는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유통업체들의 매출 하락이 계속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1.9% 감소했고 대형마트 매출은 10.2% 줄었다. 현재 설 연휴가 끝나면서 사실상 비수기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매출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면세점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유커)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최대 대목인 춘절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점차 매출 감소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인 고객이 많이 찾는 만큼 확진자 방문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어 추가 휴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에는 중국인 의존도가 큰 우리 면세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 업종의 경우 온라인 채널 대비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식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식자재 유통·주류 업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국내 확진자 수가 추가로 증가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소비 관련 지표는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며 “다만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소비 관련 데이터의 부진은 대체로 3개월 안에 마무리 됐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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