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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가 해외 ESS 집중하는 이유

LG화학·삼성SDI가 해외 ESS 집중하는 이유

등록 2020.02.07 10:52

수정 2020.02.07 11:15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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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ESS 민관합동 조사단 결정‘운영관리 미흡’→‘배터리 원인’ 달라져LG화학·삼성SDI 즉각 반발···“논리 모순”“고사 직전 국내 ESS···해외 집중하겠다”

LG화학·삼성SDI가 해외 ESS 집중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조사 결과가 ‘배터리 결함’으로 뒤바뀌면서 이를 제조한 LG화학과 삼성SDI를 우려하는 재계의 시선이 높아졌다. 실적을 스스로 깎으면서까지 ESS 안전에 집중했는데 설득력 떨어지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두 기업 모두 펄쩍 뛰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고사 직전의 ESS 환경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유럽 호주 등 전력용 해외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화재 조사 결과가 오히려 그런 방침에 불을 붙였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뒤바뀐 ESS 민관합동 조사단 결정···기존 배터리 설비까지 지적 = 지난 6일 ESS 민관합동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사고 ▲충남예산(LG화학) ▲강원평창(삼성SDI) ▲경북군위(LG화학) ▲경남하동(LG화학) ▲경남김해(삼성SDI) 중에서 경남하동을 제외한 4건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특히 과충전이나 과방전에 따른 열화 현상을 제때 막지 못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아 품질에 이상 있음을 사실상 못 박았다.

이는 지난해 6월 내놓은 1차 조사에서 배터리가 아닌 ‘운영관리 미흡’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특히 조사단은 “충전율을 낮춰 운전하는 등 배터리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신규뿐만 아니라 기존 ESS에도 시스템·배터리 운영기록을 저장하고 보존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LG화학과 삼성SDI가 제조한 배터리 품질을 꼬집으며 충전율 등 세부 사항까지 지적한 셈이다.

◇“조사단 결과 의문···분석 현장 자체가 다르다” = 조사단 발표 직후 LG화학과 삼성SDI는 즉각 반박했다. LG화학은 “지난 4개월간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날을 세웠다.

삼성SDI도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장소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 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장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에 설치된 ESS는 대부분 시공 업체가 배터리를 구매해 현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운용 경험이나 안전기준 구비 면에서 해외보다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된 중국 난징공장서 2017년에 제조된 ESS 배터리가 해외 118곳에도 설치돼 있는데 해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의아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도 “해외 시장은 ESS 경험이 많고 쓰임새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설치나 운영과정에서도 관련 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면서 “수출하는 배터리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배터리는 똑같은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 사업장은 누수나 먼지 등 상당히 정돈이 안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LG·삼성 “해외에 집중하겠다···국내 시장 단기간 어려워” =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지난해부터 ESS 해외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감지됐다. ESS 조사결과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일찌감치 파악하고 ‘기업 옥죄기’에 혀를 내둘렀다는 날 선 반응도 관련 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LG화학은 지난 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SS 국내 시장은 단기적으론 사업을 크게 키우기 어렵다”며 “해외 시장을 중점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살려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시장에선 단기간에 사업 재개에 포커스를 두기보다는 안정성에 집중하는 생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S 화재 원인에 대해선 당시에도 “저희는 배터리 셀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확답했다. LG화학은 30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시스템 안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수요가 늘고 있는 해외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 또한 지난해 2000억원을 투입해 특수 소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러한 혜택은 해외에서부터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ESS 고사 직전인데···글로벌 1~2위 기업은 ‘밖으로’ = 관련 업계에선 ESS 시장이 이미 고사 직전이란 푸념까지 나온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피크저감용 수요가 감소해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ESS 수요 업체들은 국내 ESS 투자와 관련해 민관보다 관급 중심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ESS 선호도는 하락했고 배터리 셀 업체들의 국내 ESS용 배터리 사업 전망은 보수적”이라며 “화재 이후 운영비용 상승과 설치 조건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2018년 11.6GWh에서 지난해 16GWh로 38% 성장했다. 반면 국내 ESS 시장은 5.6GWh에서 3.7GWh로 오히려 34% 감소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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