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국제 유가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 일부 유가 DLS 원금손실 진입···ELS도 초비상“유가 하락 당분간 지속”···배럴당 25달러 전망도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DLS 발행잔액은 공·사모 합쳐 15조4519억원으로, 이 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최근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아직 상환되지 않은 원유 DLS 잔액은 1조450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제 유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가 무산된 이후 수직 낙하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며, 전 거래일에도 10.1%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2거래일 만에 32.2%나 폭락한 것이다.
원유 DLS 일부는 원금 손실 우려 구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DLS는 유가가 녹인 배리어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국제 유가가 6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2018년 중하반기에 가입했던 상품들이 이미 ‘녹인 배리어’에 들어왔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증권사 발행 DLS 상당수의 녹인 가격이 30달러 초반이며, 일부는 36~37달러 선인 것도 있다.
DLS란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동해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주식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수익구조에 연 5%대 이상 수익을 보장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DLS는 주가, 원자재, 금리, 신용,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하는데 국내에서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국제 유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로 발행된 DLS 규모는 각각 1조8877억원, 1조4705억원이다. 기초자산별 순위로는 각각 4위와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유가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불리한 수급 여건을 개선할 만한 코로나 사태가 주춤하는 등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유가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이번 코로나로 인해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원유 수요는 이전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투자자들의 불안은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감산 합의 결렬과 사우디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했는데 2015~16년 국제유가 급락구간과는 다르게 국제유가의 반등 모멘텀이 더딜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지난 2015년 국제유가 급락 이후 16년초 반등의 기반에는 경기회복이 있었는데, 현 시점에서는 당장에 경기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OPEC 회원국들이 각자도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2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 녹인 진입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최근과 같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ELS 발행잔액은 47조2707억원이다.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 삼아 통상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진행하며 만기를 채우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녹인 배리어를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95%와 90%로 각각 설정한다. 예컨데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3년 만기, 연 6% 금리 조건이 달린 ELS 투자자라면 가입 6개월 뒤 코스피200 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5% 이상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원금과 3%(연 6%×0.5년)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 또 만일 1년을 기다렸는데 지수가 10%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면 원금과 6%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yoon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