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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마이너스 유가···“6월물도 20달러 위험하다”

[긴급진단]초유의 마이너스 유가···“6월물도 20달러 위험하다”

등록 2020.04.21 14:31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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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만기’ 5월물 WTI -37.63로 대폭락과잉공급 우려 속 ‘원유 저장’ 한계 도달“미국 원유 저장공간 2주 안에 소진될 것”6월물 WTI 20달러선·브렌트유 25달러선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6월물도 20달러 위험하다” 기사의 사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급기야 돈을 얹어줘도 사가지 않는 수준인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원유 생산업체가 원유를 팔 때 돈을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수요가 아예 사라졌다는 뜻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무려 55.90달러(305%)가 폭락한 것이다.

미 CNN 방송은 “마이너스 가격은 1983년 뉴욕시장에서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원유 공급 과잉 상황에서 원유를 저장할 시설이 고갈됐다”고 전했다. 원유시장 이코노미스트 레이드 이안손은 “원유를 저장할 곳만 찾을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돈을 준대도 살 사람이 없다”···왜 이런 일이?

이날 국제유가의 마이너스 전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했으나, 폭발적인 공급으로 원유와 정유제품 재고가 크게 증가해 원유 저장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원유저장고는 물론이고 바다 위의 유조선도 재고로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 배럴 가까이 늘었다. 1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에 있는 저장고가 5월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된 가운데 유조선을 이용한 저장 또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원유시장 전문 뉴스레터인 쇼크리포트의 스티븐 쇼크 편집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원유저장 용량이 2주 안에 소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선물 만기 이벤트’가 겹친 것도 유가 폭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WTI 선물 대폭락은 기술적으로 보면 만기를 하루 앞둔 선물을 갈아타는 수요 때문에 벌어졌다. 이른바 ‘콘탱고’ 현상이다. 콘탱고란 근월물 선물 혹은 현물이 원월물 선물보다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하루 앞둔 이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다.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다보니 일제히 5월 물량을 팔고 6월 물량을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일반적인 콘탱고 현상을 넘어선 ‘슈퍼 콘탱고’ 상황이라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현물 혹은 근월물과 원월물 사이 가격 차이는 배럴당 40~50센트 선에 그친다. 하지만 현재 격차는 배럴당 60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제 거래가 더 많은 차월물인 WTI 6월물은 배럴당 20달러선을 지키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비교할 수 있는 ‘슈퍼 콘탱고’ 사례는 2009년 초지만, 당시 차근월물과 근월물 간 가격차는 8달러 수준에 불과했다”며 “그만큼 현재 WTI의 가격차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이 유난히 이례적인 가격이기 때문에 2009년과 다르게 봐야할 수도 있겠지만, 2009년의 경우 바닥에서 반등하기까지 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그때와 같은 패턴이라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6월물도 안심 못해···추가 하락 가능성↑

현재 5월물 WTI의 움직임은 실제 시장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당장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배럴당 20달러대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어 완전한 붕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히 외견상으로만 보면 결제월이 바뀌면서 하루 만에 마이너스권에서 20달러 선으로 급등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25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요 개선 기대가 여전히 약한 만큼 6월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선물만기’ 특수상황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저유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마이너스 유가 사태는 글로벌 원유시장에 대한 불안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며 “지난 OPEC+긴급회의에서 도출된 감산 합의에도 유가에 대한 불안요소들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6월물에 대한 풋옵션 미결제약정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시장은 여전히 하락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현재 불안정한 수급 상황과 30~35% 밖에 남지 않은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 유휴 Capa 등을 감안하면 근월물보다는 최소 8월물 이상 원월물 매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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