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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공포에도 영업 나선 은행권···대출 급증에 팔짱낀 금융당국

[NW리포트|‘묻지마 대출’ 전쟁]리스크 공포에도 영업 나선 은행권···대출 급증에 팔짱낀 금융당국

등록 2020.05.19 10:01

수정 2020.05.20 08:06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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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탓에 은행 이자이익 급감생존 위해 박리다매 형태 대출영업 지속대손충당금은 감소세···부실 여력은 미흡당국 “일시적 대출 급증, 큰 문제 아니다”

은행 대출 창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은행 대출 창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금 융통을 꾀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에도 적잖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안팎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이익을 늘리기 위해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통제해야 할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의 가계부채 폭증 사태 때와 현재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지켜보겠다”는 관망적 언급만 할 뿐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은 최근 저금리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금융 소비자들의 은행권 대출 유입 여건이 완화된 것을 활용해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

각 은행은 최근 다양한 형태의 특판 대출 상품을 출시하거나 신용대출의 진입 문턱을 완화하는 형태로 대출 영업을 펴고 있다.

분명히 현재 은행들이 직면하고 있는 영업 환경은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큰 이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0.75%로 내려간 이후 은행권의 이자이익 전체 규모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특히 각종 수수료나 신탁 상품 판매 등으로 얻는 비이자이익의 규모가 여전히 적은 은행의 경영 여건상 기존의 이자이익 기반 경영 전략을 유지해야 어느 정도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이자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이 대출 상품에 접근하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자 장사에 의존하는 은행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잘 알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오래된 경영 구조 자체 탓에 어쩔 수 없이 이자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박리다매’ 형태의 대출 영업으로 근근히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박리다매식 대출 영업으로 어렵사리 이익을 키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싼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지만 워낙 경제 상황이 나쁜 탓에 빌려준 돈을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부실 대출 공포’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국내 은행이 부실 대출로 인해 당장 막대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부실 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적 여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금융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바로 대손충당금 감소의 문제다.

은행은 공급된 대출의 부실 위험을 대비하고자 보험 형태의 돈을 미리 쌓는다.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부실 대출의 예상 금액을 추산해 비율에 맞춰 수익 중 일부를 따로 적립하는데 이것이 대손충당금이다. 일종의 대출 부실에 대한 보험으로 볼 수 있다.

대손충당금이 많이 적립돼 있다면 부실 대출이 발생해도 이를 채울 수 있는 여건이 성립되는 것이며 반대로 대손충당금의 규모가 작다면 부실 대출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은행권의 상태는 후자에 가깝다.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의 올 1분기 평균 대손충당금은 1조4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이처럼 충당금을 쌓지 못한 것은 장기적 경기 악화로 부실 채권의 비중이 늘었고 지난해보다 수익이 줄어든 탓에 충당금으로 적립할 수 있는 수익 비중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은행권의 걱정 수준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이나 부실채권비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엔 큰 문제가 없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39%, 부실채권 비율은 0.78%로 매우 낮다.

문제는 은행권의 부실 여신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금융당국마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볼 때 올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매우 뚜렷하다.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뿐 양적 측면에서는 언제든 경고등이 켜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대출이 많은 계절적 수요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 때문에 대출이 증가한 것일 뿐 시스템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거듭 진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은행이 회계기준에 따라 경제상황 변화를 합리적으로 반영해 충당금을 충실히 적립해 적정한 손실 흡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가계대출 동향 역시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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