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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없는 돈’ 끌어다 한진칼 주식 산 노림수

3자 연합, ‘없는 돈’ 끌어다 한진칼 주식 산 노림수

등록 2020.06.03 11:13

수정 2020.06.03 18:16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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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1336억 어치 매입···지분율 45% 돌파반도건설 계열, 관계사 차입금 의존해 현금 마련KCGI 유동성 흐름 악화···주식담보대출 상환 압박경영권 분쟁, 장기전 아닌 단기전 승부 보려는 전략

3자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단기전으로 끌고 가는 형국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3자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단기전으로 끌고 가는 형국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가 재공격에 나섰지만, 현금 동원력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자금줄’ 역할을 하던 반도건설마저 차입에 의존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3자 연합의 무리한 지분 확대가 단기간 내 승부를 가리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유한회사 엠마홀딩스와 대호개발, 한영개발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147만2357주를 장내매수했다. 총 투입액은 1336억원이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2.74%에서 45.23%로 2.49%포인트 증가했다.

3자 연합이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이후 2개월 만이다. 당초 3자 연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한항공 경영난을 우려하는 듯 보였다. 존폐가 거론되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탓이다.

하지만 한진칼 주가가 비교적 고점을 찍은 시기에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확고한 분쟁 의지를 내비췄다. 또 올해 3월 개최된 한진칼 주주총회에 대한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조원태 회장 측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3자 연합의 현금 동원력이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반도건설은 ‘반(反)조원태’ 세력 중 가장 풍부한 자금력으로 지분 매입 총대를 메왔다. 반도건설 계열사 3곳이 한진칼 지분을 8.29%로 늘린 지난 1월까지는 자체 보유 현금으로 충당이 가능했다.

미묘한 기류 변화가 포착된 것은 3월부터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3월 13~17일에 각각 한진칼 주식 169억원, 419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한진칼 보유 지분율은 14.95%로 늘어났다.

하지만 대호개발은 반도건설 외 2곳의 관계사로부터 167억원을, 한영개발은 한길개발 외 3곳의 관계사로부터 400억원을 차입해 현금을 마련했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의 자기자금은 각각 2억원, 19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회사는 같은달 19~24일에도 추가 매집에 나섰다. 대호개발은 131억원, 한영개발은 343억원을 투입했다. 한진칼 지분율은 16.9%까지 뛰었다. 거래대금은 관계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으로 몽땅 메꿨다. 대호개발은 133억원을, 한영개발은 400억원을 끌어왔다. 매매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린 만큼, 사실상 보유현금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대호개발은 3월 말 BNK부산은행에 한진칼 지분 8.4%를 담보(질권설정)로 제공했다. 대호개발이 직접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은 아니다. 관계사 차입에 따른 것으로 유추되는데,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이뤄진 주식 매입 과정을 살펴봐도 유동성 악화 흐름이 뚜렷하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이 주식 매입에 넣은 현금은 각각 470억원, 746억원이다. 다수의 관계사로부터 각각 470억원, 775억원을 차입했다.

KCGI는 일찌감치 현금력이 달리는 상태다. 이번에 주식을 사들인 엠마홀딩스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2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KCGI제1호의2)의 출자금으로 현금을 마련했다. KCGI제1호의2는 엠에스앤코홀딩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엠에스앤코홀딩스는 최근 보유하던 ㈜한진 주식 2.14%를 처분해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 지분을 매각해 한진칼 주식을 샀다는 얘기다.

KCGI는 3월부터 ㈜한진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로 처분했다. 50% 손실에도 매도를 강행한 배경에는 증권사와 금융권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상환 압박이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실제 KCGI는 4월 유화증권, 5월 애큐온저축은행과 맺은 주담대를 각각 상환했다. 대신 신규 주담대를 체결하며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주담대는 총 11건이다. 당장 오는 8일과 15일에는 유화증권과 맺은 2건의 대출 계약이 종료되고, 11일에는 더케이저축은행과의 거래가 끝난다. 30일에는 라이브저축은행과 맺은 3개월 단기 대출이 만기된다. 줄상환 요구가 이어진다면, 기존 대출금은 갚고 신규 주담대를 체결하는 수밖에 없다.

재계와 관련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자금 부족에도 지분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단기전으로 분쟁을 끝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고가에 주식을 사들인 점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반도건설은 허위공시로 제한된 지분 3.2%의 의결권이 7월께 살아난다. 3자 연합이 이에 맞춰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진입 등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힘을 합치기로 한 기간이 3년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전에 결판을 지으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KCGI가 설립한 사모펀드(PEF) 중 1호펀드는 존속기간이 10년이다. 하지만 3개는 2022년 1~3월 중 만기된다. 펀드가 해산되기 전 한진그룹 경영권을 차지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80%로 파악된다. 3자 연합 측과의 지분격차는 3.43%포인트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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