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발전공기업 영업실적, 지난해에도 지속원전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 이용률 하락 한전, 고유가에 울고 저유가에 ‘흑자전환 전망’
공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최근 3년간 일제히 악화됐고 설비효율 하락, 원전 인력 유출, 탄소배출량 증가 등 탈원전으로 인한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원인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린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 기관 경영 정보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 59조928억원, 영업손실 1조3566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대비 각각 1조5348억원, 1조1486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2018년 1조1745억원에서 2019년 2조2245억원으로 1조1486억원 늘었다. 지난 2018년 한전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한국수력발전원의 2019년 매출은 1년 전보다 275억 원(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26억 원(31.6%) 감소했다. 2018년 영업이익은 1조1456억원, 매출액이 8조9551억원으로 2017년보다 각각 18%, 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3조8472억원을 기록한 후 2017년 1조3972억원으로 급감했고, 2018년 1조1456억원으로 줄었다.
그 외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영업이익도 감소하는 추세다. 한수원, 한국남동·중부·남부·동서·서부발전 등 6개 발전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조3480억 원으로 2018년(1조7098억 원) 대비 21.2%(3617억 원)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중부발전과 동서발전 단 두 곳이다.
그렇다면 한전 및 그 자회사인 한수원 등 에너지공기업의 실적 하락은 정말 탈원전 탓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한전의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유가상승 때문이다. 한전 영업이익은 국제유가가 내릴수록 뛰어올랐다.
2012년 -817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인 2013년 1조5190억원으로 개선됐다.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2014년엔 5조7876억원으로 더 증가했다.저유가가 지속되던 2015년엔 11조3467억원을, 초저유가 때였던 2016년엔 역대 최고치인 12조1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회복된 2017년엔 영업이익이 4조9532억원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까지 오른 2018년엔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제로 한전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기수요 감소로 판매량은 줄었으나 유가 하락으로 발전 연료비가 줄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유가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한전은 연간으로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한전의 1분기 영업비용은 지난해 15조8783억원에서 올해 14조6625억원으로 1조2158억원 줄었다. 특히 연료비는 지난해 5조204억원에서 올해 4조1391억원으로 8813억원 감소했다. 전력 구입비 역시 이에 따라 5조5387억원에서 4조8195억원으로 7192억원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한전 실적 하락은 국제 연료가격 상승, 원전 이용률 하락이 주원인이며,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2017년 대비 국제 연료가격이 유가 30%, LNG 16.2%, 유연탄 21%가 인상되면서 연료비가 3조6000억원, 구입전력비가 4조원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원전가동률 영향이 크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해 낸 전기를 모기업인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원전 가동률과 운영비, 전기 판매 단가 등에 따라 총 수익 규모가 결정되는데 이 중 실적과 가장 크게 직결되는 것이 바로 원전 가동률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2017년 원전 가동률은 71.3%에 그쳐 약 20년 만에 최저치(한수원 추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탈원전의 영향으로 80% 안팎이던 원전 가동률이 60%대로 뚝 떨어졌다”는 일각의 주장은 맞지 않다.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 데이터를 보면, 탈원전 선언 이전인 2014년 전부터 원전 가동률과 이용률은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6개 발전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던 서부발전도 실적 악화 원인을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아닌 2018년 12월 발생한 안전사고로 태안 9·10호기와 IGCC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태안 9·10호기와 IGCC 가동이 150일 동안 중단되며 매출이 감소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올해는 모두 정상 가동되는 만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지난해 동고하저의 평균기온 영향으로 전기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해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당기순손익 감소에 대해서는 “회계기준변경에 따라 장기용선 임차료가 리스부채로 전환돼 이자비용(177억 원)이 발생했고, 환율변동에 따른 외화환산손실(268억 원)이 겹치며 손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탈원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더라도 에너지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적자는 ‘한가지 요인’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다.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 또는 적자가 발생한다. 공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한수원 실적 하락과 관련해서 “원전 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6월 이후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조치로 인해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했다”며 “발전 5개 자회사의 실적 감소는 국제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에너지전환 정책은 60여년에 걸쳐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으로 2024년까지는 원전 증가이지, 현재 보유한 원전 설비의 활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며 또한 원전이용률은 정비 일정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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