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식 3대 1 비율로 균등 무상감자 단행키로자본잠식·금호그룹 경영실패 책임에 감자 불가피잠식률 50% 이상이면 관리종목 지정, 상폐 우려도균등 감자에 소액주주 반발, 채권단에 유리한 조치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감자 결정은 이미 수차례 언급된 바 있었습니다. 그간 대주주인 금호그룹의 경영실패로 적자난이 계속됐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하반기 역시 경영 적자가 예상됐는데요. 상황이 이렇자 연말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지면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신속하게 감자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른 새주인이라도 맞이했다면 나았으련만, 하지만 이마저도 무산되고 마는데요. 이미 자본잠식에 빠질대로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한 때 HDC현대산업개발을 새주인으로 맞을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코로나 위기로 항공주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와중에 HDC현산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일 매력을 못 느꼈는지 결국 인수는 결렬되고 맙니다.
다시 기로에 서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감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름 기대됐던(?) M&A도 무산된데다 무엇보다 회사가 장기간 적자를 내며 현재 주주의 자본금을 까먹는 ‘부분 자본 잠식’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인데요. 또 아시아나항공 같은 코스피 상장사는 매년 말 기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후보인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 6월 말 기준 56.3%로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여기에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 지속된다면 해당 기업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렇다면 감자를 단행하면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요? 일단 감자는 부실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회사의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감소한 자본금(주식 액면가×발행 주식 수)만큼 발생하는 ‘감자 차익’(자본 잉여금)으로 회계상 누적 적자(결손금)를 털어내고 자본 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기존 주식 수가 줄어들면 채권단이 향후 출자 전환(대출금의 주식 전환)을 통해 더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관건은 감자 방식인데요. 통상 부실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하는 ‘차등감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감자 비율을 달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례로 2010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했던 금호산업이 이미 차등감자를 단행한 바 있었는데요. 당시 산은 등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 등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100대 1로, 금호석유화학 등 소액주주와 채권단 지분을 6대 1로 차등감자 했습니다. 대주주에겐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동시에 채권단의 지배력을 높여 기업을 정상화하려는 게 바로 이 차등감자의 목적입니다.
문제는 차등감자할 경우 모든 위험을 사실상 산은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 있는데요.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관계기업’인데 이 경우 대주주는 차등감자로 인한 보유 주식의 손상가치를 재무상태표 자본계정에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금호산업과 그 연결 실체인 금호고속의 자본금이 줄고, 또 그만큼 부채비율이 치솟게 된다는 점입니다.
채권단의 BIS자기자본비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박삼구 회장 보유 금호고속 보유 주식의 담보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미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된 2019년 1조6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이들 주식을 담보로 잡은 바 있었는데 차등감자로 이들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단은 그만큼 충당부채를 쌓아야 합니다.
그래서 산은 등 채권단이 차등이 아닌 균등감자로 선택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균등감자는 감자 비율만큼 기준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주식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균등감자는 소액주주들 반발을 불러옵니다. 통상 감자 결정 자체가 주가 하락 경우가 큰데 균등감자 결정 시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기타 소액주주들 지분도 함께 줄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호석화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견제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균등감자를 택하면 금호석화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 사이에서는 “박 전 회장 등의 경영 실패 책임을 왜 우리가 함께 떠안아야 하느냐”는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주식 커뮤니티 방에서는 이러한 소액주주들 불만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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