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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상위 10곳 중 7곳이 부산···전역이 불바다

거래량 상위 10곳 중 7곳이 부산···전역이 불바다

등록 2020.11.12 19:03

수정 2020.11.12 19:08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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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지역 해제 당시 상황과 비슷···거래량 비율 200%대해운대구·남구 “호가 올리는 속도에 거래가 안될 정도”동구·금정구 등 주목 못받던 곳도 전국 거래량 4·9위원주민 “외부 자금 유입···실거주자 재산세 걱정 태산”“안오르면 박탈감···부동산 대책 실패 여론 확산 중”

“난리도 아닙니다. 호가 오르는 속도가 한 달에 1억원이에요. 매도 우위 시장이 형성되서 계약서 쓰려고 가면 더 올려 달라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사겠다는 사람은 대부분 외지인이고요. 거의 부산 전역 부동산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서영환 부산 남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

부산시 부동산에 불이 붙었다. 상승 호재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은 호가는 달 마다 오르고, 이달 전국 거래량 상위 10곳 중 7곳이 부산이다.

지난달 전국 거래량 추이. 부산광역시 거래량만 붉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지인 홈페이지 갈무리지난달 전국 거래량 추이. 부산광역시 거래량만 붉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지인 홈페이지 갈무리

◆한 달에 1억원↑···강력한 ‘매도우위’에 호가 고공행진
12일 부동산 정보 업체 지인 데이터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는 이달(11일 기준) 전국 거래량 2위에 올랐다. 11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지만 벌써 월평균 거래량 대비 비율이 221%다.

앞서 해운대구 매매 거래량 비율은 지난 5월 99%을 기록하다 6월에는 290%까지 3배까지 뛰어올랐다. 그 이후 현재까지 100~200%대 비율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총 거래량은 1639건으로 집계됐다. 부산이 조정지역대상에서 해제되면서 폭발적으로 집값이 올랐던 지난해 11월(1837건) 당시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불이 난 곳은 해운대구 뿐이 아니다. 부산 내에서 비교적 개발 지역이라는 인식이 적은 부산 동구는 전국 거래량 4위에 올랐다. 5위는 수영구, 6위 동래구, 7위 연제구, 8위 진구, 9위 금정구가 그 뒤를 따랐다.

지난달 부산시 거래량 추이. 사진=지인 홈페이지 갈무리지난달 부산시 거래량 추이. 사진=지인 홈페이지 갈무리

재건축·재개발 호재가 있는 부산 우동과 남구 등지는 거래량 상위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호가가 올해 초 대비 2배가 뛰고, 최근 호가가 월 단위로 억 대 상승세을 보인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거의 부산 전역이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문현 및 대연 재개발 구역이 위치한 부산 남구 공인중개사협회 서영환 대의원은 “강력한 매도 우위 시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들이 계약서를 쓰러가면 5000만원씩 우습게 호가를 올려버려 계약 성사가 불가능 할 정도다”라며 “위약금을 물면서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집을 안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개를 하면서도 이런 현상은 처음본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은 실제 집값 상승으로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구 용호동 하이츠자이 151㎡ 평형은 지난 9월 1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약 두 달 뒤인 10월 26일 2억원 가까이 오른 13억5000만원, 2주 후인 11월 10일에는 14억원에 손바뀜했다.

◆부산 원주민들 “재산세 걱정···상대적 박탈감”
부산 원주민들은 뿔이 났다. 여기저기서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는 말이 요즘 최대의 화두다.

#지난해 12월 해운대구 재송동 소재 준공 27년인 구축 아파트에 평생을 살던 부산시민 성 모씨(57)는 길건너 신축(센텀협성르네상스)으로 이사를 갔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노년을 대비한 실거주 매매였다. 당시 해당 아파트 30평대 매매가는 4억3000만원이었다. 당시 부산이 조정지역대상에서 풀린지 얼마 안돼 주변에선 고가라고 말렸지만, 지금은 같은 평수 매매 호가가 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투자자 입장이야 어떨지 몰라도, 실거주 1주택자들은 재산세 걱정이 태산이다.

부산 부동산 값이 기형적으로 오르는 원인은 외지 투자자 유입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현재 부산 지역 매수 수요 90% 이상이 외지 투자자다. 외부 자본이 유입되면서 재건축 호재가 있는 해운대구 우동 지역은 6개월 전에 비해 3.3㎡ 매매가가 1761만원에서 2300만원대로 올라섰다. 남구, 연제구, 해운대구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성 모씨는 “주변에서 로또 당첨됐다고 말하지만 좋지만은 않다. 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갈 것도 아닌데 자꾸 호가만 오는 상황”이라며 “노년에는 벌이도 없을텐데 이런 추세라면 재산세만 내면서 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전경. 현재 부산시 재건축 단지 중 대장주로 통하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전경. 현재 부산시 재건축 단지 중 대장주로 통하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외부 투자 수요 유입으로 지역 전체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집주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정도다. 이들은 평생 없던 투자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남구 대연동 소재 30평대 아파트 거주자인 허 모씨는 “평생 1주택으로 살면서 투자는 생각도 안해봤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부동산이 계속 이슈화되면서 돈 버는 주변인들을 보니, 나만 손해 본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고 귀뜸했다. 이어 “이런 추세라면 전국민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지 않겠냐”며 “정부 취지와는 다르게 지방 부동산까지 들썩이면서 국민 분열이 일어날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량적인 숫자로 제정되는 조정지역대상 등 규제들이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을 막자 부동산 자금이 서울 다음 대도시인 부산에 또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지 못한 투자 수요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후행지표로 만드는 정책은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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