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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發 배당 축소령’에 제대로 뿔난 은행권

‘금융당국發 배당 축소령’에 제대로 뿔난 은행권

등록 2021.01.29 07: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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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6월까지 은행권 배당 성향 20% 이하 축소 강권배당 여력 충분한데 이론만 내세워 금융회사·주주에 피해‘경제 위기 장기화’ 우려에 배당 축소 기조 연장 가능성 변수저배당 기조 길어지면 ‘큰손’ 外人 투자자 이탈 불보듯 뻔해뿔난 은행권 “정부에 뺨 맞고 왜 주주에게 욕먹어야 하나”

사진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뉴스웨이DB사진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뉴스웨이DB

금융당국이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배당 성향을 20% 아래로 낮추라는 권고를 내린 가운데 은행권이 다가올 봄 앞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배당 성향 축소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이 가장 두려우나 이 권고가 한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더 무섭다.

금융위는 지난 28일 은행계 금융지주회사와 지주회사가 없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올해 배당 성향을 20% 이하로 낮추라는 자본 관리 권고안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를 상대로 특정 수준까지 배당 성향 축소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권고는 한시적 조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과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 보유를 위한 대책인 만큼 오는 6월까지로 권고안 적용 기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이미 은행권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은행권의 가장 큰 불만은 금융당국의 답답한 행정 추진 방식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사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에도 오히려 지난 2019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주요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 예상치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보다 2.5% 늘어난 3조4896억원의 순이익 시현이 전망되고 KB금융지주도 2년 전보다 5.2% 증가한 3조4856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대출 영업이 활황을 띄었고 주식 투자 열풍의 영향으로 증권사의 이익이 늘어난 것이 금융지주 이익 증대의 원동력이 됐다. 물론 대출이 늘어난 만큼 부실 여신의 우려가 있기에 충당금도 꽤 쌓았다. 금융 사고에 따른 보상 비용 소모도 있었다.

여러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익이 1년 전보다 늘었다는 것은 여전히 자본 안정성이 탄탄하고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단순히 이론만을 근거로 내세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고 그 결과 저배당을 강요했다는 것이 은행권의 불만이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 성향은 25~27%다. 2019년 배당 기준으로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이 25%로 4개사 중 가장 낮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26%의 배당 성향을 보였다. 2019년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 총합은 2조8664억원이었다.

그러나 배당 성향을 20% 이하로 일제히 낮추면 은행별로 배당금 총액이 평균 1000억원 이상 줄어든다. 연말 결산 배당의 희망을 안고 금융지주에 투자했던 주주들은 생각보다 적은 금액을 손에 쥘 수밖에 없다. 오는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격한 반발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은행권은 분개하고 있다. 시장의 실상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엉터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만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2019년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냈는데도 돌아오는 3월 주총에서는 주주들에게 타박을 받을 처지가 됐다”며 “1년 전보다 주가도 내려갔고 배당금도 적어졌는데 칭찬할 주주가 어디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금융권은 정부가 하라는 대로 금융지원에 나서주고 정책 펀드에 적극적으로 출자도 했는데 희생은 있는 대로 당하고 있다”며 “회초리는 정부가 때렸는데 왜 주주들에게 또 욕을 먹어야 하느냐”라고 볼멘소리를 이어갔다.

주주들의 성난 민심보다 더 큰 걱정은 이번 권고 조치가 6개월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놨던 대책들은 전부 종료를 예고했던 시점보다 더 연장된 것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은 올해 말까지 지속하리라는 것이 여러 경제전문가의 일관된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난해와 최근의 사례를 볼 때 금융당국도 “장기적 시각에서 자본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자칫 내년까지도 배당 성향 축소 기조가 길어질 수도 있다. 은행권은 각 금융지주의 큰손 투자자들인 외국인 주주들의 대거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에 매우 민감하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은행권에 배당 축소를 강권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애써 유치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잃게 된다면 각 금융지주에도 상당한 상처가 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는 은행권의 가치를 올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정부 정책의 편한 쪽으로 이용할 것인가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금융권을 바라보는 여러 투자자들의 시각을 고려한다면 배당 축소 정책은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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