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외국계 보험사들이 넥타이를 맨 대졸 남성 설계사들을 앞세우더니, 어느새 소비자가 직접 PC나 스마트폰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인터넷보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2021년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제조+판매)분리’ 바람이 불면서 전속 설계사가 1명도 없는 생명보험사가 두 곳 늘었다.
지난달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제판분리를 실시한 미래에셋생명, 이달 3대 대형 생보사 최초로 제판분리를 단행한 한화생명이 주인공이다.
기존에 전속 설계사가 없는 국내 생보사는 인터넷 전업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연금 전문 보험사 IBK연금보험, 방카슈랑스 전문 생보사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세 곳이었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앞으로 보험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설계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전담한다.
한화생명의 경우 개인영업본부 산하 보험 모집 및 지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임직원 1300여명, 설계사 1만9000여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 초대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신설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사업가형 지점장과 설계사 3300여명이 기존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표면적으로 설계사가 없는 ‘무(無)설계사 보험사’가 됐다.
두 생보사가 제판분리를 단행한 것은 보험 판매시장이 GA업계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 설계사 영업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GA 소속 설계사는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와 달리 생명보험 상품과 손해보험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다.
실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9개 손해보험사와 판매 제휴를 맺었다.
최근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하나손해보험도 생명보험을 함께 판매하는 자회사형 GA를 신설하면서 제판분리 바람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판분리 바람에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긍정적 시각와 함께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불완전판매는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한 소비자가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계약이 해지 또는 무효화 된 판매 행위다.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보험사에 비해 높아 금융당국은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소속 설계사 100명 이상 중대형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08%였다. 25회차 유지율은 전체 영업채널 평균인 63.82%와 비교해 2.29%포인트 낮은 61.53%였다.
지난달 25일부터 설명 의무 등 6대 판매원칙을 준수토록 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가운데 자회사형 GA를 통한 공격적 영업이 불완전판매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초대 대표이사인 구도교 대표는 이달 1일 출범식에서 “제판분리를 통해 판매에 집중하는 만큼 영업 성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에 집중해 넘버원(No.1) 판매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제판분리를 단행한 보험사들의 노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 GA업계에 완전판매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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