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익 ‘사상 최대’ 2조2000억원구조조정 자회사가 실적 뒷받침했지만 HMM, ‘임금 협상’ 결렬로 파업 초읽기대우조선해양은 민영화 작업 지지부진최대주주로서 해결방안 마련 서둘러야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개별기준으로 2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둬들인 4000억원의 5배에 이르는 것은 물론 작년의 연간 순이익인 1조961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산업은행이 전례 없는 반기 실적을 낸 것은 비이자이익과 영업외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HMM 전환사채(CB)의 전환권 행사에 따른 전환이익 1조8000억원과 대우조선 평가이익 5000억원, 한국전력공사 배당수익 3000억원 등이 반영되면서 순익이 급증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5.7%, HMM 지분 24.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산은은 HMM과 관련해선 6월말 만기가 도래한 3000억원 규모의 CB를 보통주 600만주(주당 5000원)로 바꾸며 기존 11.94%였던 지분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고 2조원에 육박하는 차익도 챙겼다.
그런 만큼 산업은행 측도 이번 성과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다. 특히 HMM은 산은이 꼽는 구조조정의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체질 개선에 힘써온 결과 HMM이 국내 유일 원양국적선사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서다.
실제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981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도 1분기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4만650원으로, 지난해 3월23일의 2120원 대비 20배 가까이 뛰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때 주가 급락에 손상차손으로 반영하기까지 했던 이들 회사의 지분 가치가 크게 회복됐다는 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HMM과 대우조선 모두 굵직한 현안을 풀어내지 못하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근심을 안겼다는 점이다.
먼저 HMM의 경우 노사가 임금 협상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파업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노조 측이 수년간 동결한 임금의 정상화를 위해 25% 인상을 기대하는 반면, 사측은 5.5% 인상안(월 기본급 100% 격려금 지급)을 고수하면서다. 이에 HMM 해원노조(선원노조)는 11일 4차 교섭이 결렬되자 육상노조와 마찬가지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하며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HMM 내부에선 산업은행을 향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근로자들이 6년 이상 임금 동결로 고통을 분담했고, 실적까지 개선됐음에도 산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한다. 실제 산업은행 측은 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정상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다.
대우조선의 속사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방침을 공개한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주요국 경쟁당국 심사 지연에 아직까지 거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공정위와 EU(유럽연합), 일본 등이 판단을 미루는 것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선 부문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이 지연되자 대우조선 내부와 지역 사회에선 매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일례로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3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대우조선 매각 철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결정을 촉구했다. 대우조선이 4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 친환경 선박 수요에 조선업도 회복하고 있어 합병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논리다.
따라서 산업은행엔 HMM과 대우조선의 현안을 풀어내는 게 올 하반기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을 책임진 국책은행이자 최대주주로서 노사, 정부,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와 적극 소통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의 경우 중노위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고, 대우조선은 주요국 경쟁당국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은행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각각의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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