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5000억원 한도 소진에 14일 이후 대출영업 전면 중단당국서 한도 안 늘려주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 불가능‘반쪽 은행’ 지속되면 건전성 위태···토스뱅크 특수성 감안해야
토스뱅크는 18일 사전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토스뱅크를 열었다. 이전까지는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계좌를 발급했는데, 지난 14일 대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순차 발급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출범하면서 대출신청이 몰릴 우려에 더해 최근 금융권 가계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권고에 따라 계좌 발급을 조절해 왔다.
토스뱅크는 출범 9일만에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빠졌다. 대출한도가 소진되면서 대출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면서다.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순차적 계좌 발급을 해주는 등 대응책을 세웠지만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5000억원 한도는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사전 신청자 170만명 가운데 14일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신청자는 약 70만명이다. 사전 신청자의 절반도 안되는 숫자다.
토스뱅크에 부여된 대출 한도 5000억원은 본인가 당시 제출된 사업계획에 담긴 대출 목표치를 근거로 삼고 있다. 다른 은행은 전년도 대비 대출 증가율로 총량규제를 받지만 신규 출범한 토스뱅크엔 비교할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규제가 적용됐다.
5000억원 한도 내 중저신용자 대출은 25% 수준에 머물렀다. 토스뱅크가 올해 중저신용자대출 공급비중 목표로 내세운 34.9%에 한참 못 미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줄 때 내세웠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뒷전이 된 셈이다. 지난 2019년 토스는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인가를 받았다. 혁신금융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기대하는 바도 컸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신생 은행에게 과도한 잣대를 들이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와 비교해봐도 토스뱅크의 한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행 문을 연지 5일만에 대출이 5000억원을 돌파했고, 한달만에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대출 중단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없는 상황에서 예고 됐던 일”이라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와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적자가 나더라도 영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 영업은 중단했지만 누구나 대기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수신 영업을 지속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연말까지 건전성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은행의 수익성은 고객으로부터 받는 대출 금리와 고객에게 내주는 예금 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토스뱅크는 주 수익원인 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반면 토스뱅크가 출범과 함께 내놓은 ‘연 2% 통장’의 경우 아무 조건 없이 2% 금리를 제공한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 높은 금리여서 0.1%p 라도 높은 이자를 찾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출 중단으로 수익원은 제한적인데 지출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일반 은행은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이 막막한 상황이다. 내년 초 대출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가 계속 될 예정이어서 대출을 무조건 늘릴 수 없다는 점도 토스뱅크엔 부담이다.
토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황을 지금 예측 할 수는 없지만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토스뱅크는 대출 한도를 정하는데 있어 애매한 부분이 많아 당국과의 협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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