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원전 사업 손실, 전력기금으로 충당탈원전 비용 부담, 전기요금 전가될 ‘우려’산업부 “이미 조성된 전력기금에서만 집행”
정부는 지난 25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 보전 이행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됐거나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해주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내달 초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대상과 기준, 절차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내달 9일부터 시행되는 이 이행계획에 따르면 비용 보전 대상은 사업자가 원전 감축을 위해 해당 발전사업 등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행정조치까지 완료한 사업으로 지정됐다. 탈원전 정책에 맞춰 한수원이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와 사업 종결한 삼척의 대진 1·2호기 및 영덕의 천지 1·2호기가 해당된다.
비용 보전 범위와 규모는 신규 원전의 경우 인허가 취득을 위해 지출한 용역비와 인허가 취득 이후 지출한 부지매입비, 공사비 등이다. 월성1호기의 경우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과 물품 구매 비용, 계속운전에 따른 법정부담비용 등이 포함된다.
한수원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전 5기의 손실액은 6666억 원이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하면 1조4556억 원으로 추정된다.
원전 감축 비용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손실을 보전하게 된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원전을 감축한 사업자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은 전력기금 등 여유 재원으로 보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원래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사용처는 안전 관리나 전문 인력의 양성, 전력 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 7개 항목으로 한정돼 있다. 개정 시행령은 기금의 사용처에 ‘원전 발전사업 또는 전원개발사업 중단 사업자 사업’을 제8호로 신설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매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내 조성된다.
일각에선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력산업의 지속 발전과 기반 조성에 쓰여야 할 전력기금을 탈원전 손실 보전 재원으로 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일부로 조성되는 만큼,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논란이 일자, 산업부는 “원전 7기의 사업손실 추정액 ‘최소 1조4455억원’은 비용보전 대상자인 한수원 자료에 근거하여 작성된 것으로 과다 계상된 측면이 있다”면서 “천지 1·2호기 건설을 위한 토지매입비용 중 일부는 한수원이 환매‧공매를 통해 자체 보전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사전제작비와 지역지원금, 월성 1호기 잔존가치 등은 복잡한 법률관계 및 회계사항으로 인해 비용보전 여부 및 규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 우려와 관련해선 “원전 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 대한 비용보전은 이미 조성되어 있는 전력기금에서 집행될 예정이므로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전력기금의 부담금 수입 및 사업비 지출 추이,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누계액(2020년말 3조9600억원) 등을 종합 고려하면서 비용보전을 하더라도 전력기금의 지출 한도 내에서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등 기금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미 걷어 놓은 전력기금으로만 보전해 추후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에서 원천징수하는 ‘준조세’인 만큼, 결국 국민이 낸 비용을 탈원전 정책에 투입하게 되는 것은 맞다.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발생하지 않더라도 국민 혈세로 탈원전 비용을 충당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전별 구체적인 비용 보전 범위와 규모는 법률·회계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용보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이 확정되고, 이후 국회 예산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방침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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