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 올해 시설투자 10.3조LG엔솔 6.3조·SK온 4조 투자 계획북미·유럽 등 단독·합작 생산능력 확대경쟁서 밀린 삼성SDI 질적 성장 집중배터리사업 분할상장 가능성 지속 제기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도 양보다 질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이 한 차례 부인한 배터리사업 분할 상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에 10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투자금액은 6조3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4조원보다 58%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시설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와 북미, 유럽, 중국 공장의 대규모 증설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으로 조달한 10조1244억원 중 8조5202억원을 오는 2024년까지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4조8178억원, 유럽 1조8376억원, 중국 1조2196억원, 한국 6451억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올해 투자금액은 북미 1조6264억원, 유럽 7782억원, 중국 5814억원, 한국 3051억원 등 총 3조2911억원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합작공장과 단독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대폭 늘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제3합작공장을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하기로 했으며, 제4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양측이 미화 26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설립하는 제3공장은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단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3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0기가와트시(GWh)로,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순수전기차 약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현재 건설 중인 제1공장과 제2공장을 포함한 전체 합작공장의 연간 생산능력 목표를 120GWh 이상으로 정했다. 제1공장은 올해, 제2공장은 내년 양산을 시작하며, 각 35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GM과 합작한 제4공장,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제1공장이 모두 양산에 들어가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지역 생산거점은 독자 운영하는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포함해 총 6곳으로 늘어난다.
단독공장과 합작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모두 합한 북미지역 생산능력은 총 200GWh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지역에 대한 추가 투자도 추진해 단독공장으로만 연간 생산능력 40GWh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홀랜드 공장 증설에 17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5GWh에서 2025년 25GWh로 5배 늘리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증설 계획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면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총 44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 SK온도 올해 4조원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한다. 이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전체 설비투자 금액 6조~6조5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SK온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5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오는 2025~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주,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총 129GWh로, 미국 내 배터리 설비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양측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총 114억달러(한화 약 13조102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중 지분 50%에 해당하는 44억5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한다.
앞서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단독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해 2022~2023년 연간 생산능력 총 21.5GWh 규모의 제1·2공장을 차례로 가동한다.
이 밖에 중국 옌청 3공장과 헝가리 3공장은 2024년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온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에서 올해 말 77GWh로 2배 가까이 늘린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23년 88GWh, 2025년 220GWh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를 위해 SK온은 최대 4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SK온 프리 IPO 주관사인 JP모건과 도이치증권이 이달 7일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칼라일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참여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25조~30조원 수준으로, 지분 10%가량을 매각해 약 3조~4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과 달리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 계약을 체결한 이후 다른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합작공장은 오는 2025년 상반기 공장 가동을 시작해 생산능력을 2배 수준인 4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텔란티스 외에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도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합작 회사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중국 업체와 국내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EV·PHEV·HEV) 배터리 사용량 기준 삼성SDI의 점유율은 4.5%로 전년 5.8%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SDI의 점유율 순위는 5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 지난해 5.6%의 점유율을 기록한 SK온에 5위 자리를 내줬다.
1위는 32.6%의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 CATL이 차지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3%의 점유율로 2위를 유지했다.
삼성SDI는 누적 수주 잔고 역시 90조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260조원), SK온(220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양보다 질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최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품질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며 "품질 최우선 마인드를 갖고 절차와 시스템을 정비해 최고의 품질 수준을 갖추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 나가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국내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배터리사업을 분할 상장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언론에 보도된 삼성SDI의 배터리사업 분리설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사례와 맞물려 확산됐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을 분리해 각각 LG에너지솔루션, SK온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삼성SDI가 배터리사업 분리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