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사모펀드 징계 논의 지지부진기업은행 노조 추천 이사 선임 공방도 정권교체 앞두고 당선자 눈치 보는 듯
특히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징계나 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같은 굵직한 안건의 판단을 유보하는 모양새라 결국 공을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금융위원장의 임기가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당국은 여전히 주요 현안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사 제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징계 논의를 재개한지 약 4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제재 안건을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과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항으로 구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처럼 쟁점이 좁혀진 사안을 먼저 처리하고,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사항에 대해선 사법부 판결에 대한 법리검토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가 제재 의결을 미루면서 사모펀드 판매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장기간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
이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감독원과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탓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승소한 것과 상반된 결과를 받아 들어서다. 두 재판 모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었으나, 각 재판부가 다른 기준에 주목하면서 판결이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손 회장에 이어 함 부회장이 승소했다면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지배구조법에 따른 제재 수위를 낮출 수도 있었지만, 이번 재판 결과로 인해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의결한 징계안을 무작정 수용할 수도 없다. 새 행정부가 생각을 달리 한다면 향후 금융위로 모든 화살이 돌아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항소 등을 명분 삼아 최대한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기 정부로 숙제를 넘길 것이란 얘기다. 일단 금융위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일축했다.
기업은행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건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은행 노조가 올해도 노동계·법조계·학계 인사 총 3명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금융위의 미지근한 태도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주저하는 데는 당선자 측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노조의 경영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노동이사제 공약'을 거두려 하고 있다. 필요할 때 공공기관 개혁을 하지 못할 수 있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면 우려가 더 크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다만 기업은행 노조는 반드시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키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정부와 여당도 누차 구두로 확약했으니 이를 이행하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 이사 선임이 금융위와 관계된 누군가를 위한 '자리 나눠주기'로 활용된다면 정치·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노조가 추천한 세 명의 인사가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만큼 금융위는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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