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주열 "성장·금융안정·물가 잡을 묘책 필요"

31일 8년 임기 끝내고 이임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임기를 만료하며 지난 8년간 총재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중앙은행의 총재로서 국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첫 다짐에서부터 통화정책의 어려움, 불확실성이 가져온 경제학 재정립,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놨다. 그는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물가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예전 학창시절 마지막 시험에서 답안지를 제출했을 때의 심정으로 시험을 끝낸 후련함도 있지만 답안지를 복기해보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쉬움, 미련을 떨 칠 수가 없다"며 한국은행을 떠나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취임 당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라는 점을 되새기며 첫 업무를 시작했다"면서 "언행일치의 기록이 쌓여야 신뢰가 구축되는 이치인데,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말처럼 통화정책은 비협조 게임이 아니라 협조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결정의 적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장참가자와의 인식의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8년간 세월호 사호,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무역갈등과 세계화의 후퇴,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며 "개별 사건의 충격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파급될지 예상하기도 어렵고 경제 전체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지 가늠조차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제예측이 어긋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 역시 높은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국민의 신뢰가 통화정책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중앙은행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경제학에 대한 근본적 재고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물가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뉴노멀에의 적응은 중앙은행도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면서 "경제라는 것은 공식에 맞물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기보다 사회의 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생태환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도 또 다른 고민거리"라면서 "중앙은행으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기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