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핀 제거술'대법 "직접치료 아냐"···보험금 부지급 정당 결정"예전에는 다 지급했는데"···소비자 원성 불가피금감원 "法 판단 존중···분조위 재개 가능성 낮아"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내린 것은 대법원이 무지외반증 핀제거 수술과 관련한 한 사례에 대해 '부지급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200만건 이상 팔렸던 삼성생명 '여성시대건강보험' 보장 내용 중 핀제거 수술 보험금은 앞으로 지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분조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대법 부지금 결정 일단 '존중' = 삼성생명의 결정은 과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판단한 '핀제거 수술도 지급 사유'라는 결론과 정면 충돌한다. 물론 분조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보험금 지급은 개별 사례를 바탕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괄적인 부지급 결정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법원은 무지외반증 핀제거 수술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에서 '부지급해도 된다'는 2심의 판결을 수용했다.
법원은 ▲무지외반증 치료를 위한 교정술 시행 후 통상 제거술이 시행되긴 하지만 자극 증상이 없고 환자의 불편감이 없을 경우 제거의 필요성이 없을 수 있는 점 ▲핀 제거술은 방법, 난이도, 수반 통증 및 위험성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 ▲감정의가 무지외반증을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진단코드를 Z47로 추정한 점 ▲타 보험사의 사례나 분조위 결정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돼 수술급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질병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다는 약관 규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무지외반증 핀제거 수술비 부지급 사건은 법적 논쟁으로 번진 것은 3년전이다. 삼성생명은 그 이전에도 핀제거 수술비 부지급과 관련한 민원을 여러차례 받아왔는데, 이를 두고 2016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무지외반증 내고정물 제거술에 대한 수술비를 지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무지외반증의 치료를 위해 골절술을 시행한 후 뼈의 고정을 위해 내고정물(핀)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에 수반되는 것"이라며 "몸속의 내고정물을 제거하는 수술은 무지외반증 치료의 완성을 위한 일련의 치료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냈다.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삼성생명은 무지외반증 핀제거 수술비를 가입자에게 지급오다가 2019년 5월 관련 보험금 지급 건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다. 관련 소송은 총 2건이 진행됐으며 대법은 최근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법의 판단에 따라 무지외반증 제거술은 수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제거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손해율 줄이려고?···의도적 법적 분쟁 비난 감수해야 = 하지만 무지외반증 수술 후 고정된 핀으로 인해 환자가 고통을 느낀다면 이를 '직접치료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대법의 판단을 빌미로 보험금 지급으로 높아지는 손해율을 줄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시대건강보험은 삼성생명의 대표적인 손실 상품 중 하나로 회사측의 보험금 지금 중단은 상당한 이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감원 분조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적 분쟁으로 이끌고 갔다는 비난을 피해갈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한 사례에 대한 판단을 넘어 무지외반증 핀제거가 수술이 아니라는 점을 판결문을 통해 규정하면서 또 다른 핵심 쟁점이 나타나지 않는 한 관련 수술로 보험금을 지급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
금감원은 과거 분조위 결과와 상반되는 대법의 판단에 난감해 하면서도 '대법의 판단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이상 비슷한 사례로 다시 민원이 들어와도 분쟁 조정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이 분조위와 정면 충돌하는 부분은 아쉽지만, 무지외반증에 대한 정의를 내려버렸기 때문에 쟁점이 확연한 차이가 있는 사안이 아니고서야 다시 분조위가 열릴 가능성은 적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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