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액시장 점유율 40%···수익성 떨어져오너 3세 이경하 취임 후 R&D로 체질개선빅데이터·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암‧면역질환‧재생의학 등 수요 질환 중심
수액제를 주력으로 하던 JW중외제약이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수액제와 전문의약품(ETC) 등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액의 8.5%인 513억원을 R&D에 투자했고, 올해는 작년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850억원을 쓰기로 했다. 특히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에 특화된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JW중외제약이 소속된 JW그룹은 1945년 조선중외제약소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이후 한국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창업자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이 '생명존중'이라는 경영철학으로 1953년 '대한중외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초기 형태의 수액제제인 포도당 주사액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주사액 생산을 멈추지 않았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형태의 수액제를 국산화하며 많은 인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JW중외제약의 국내 수액 부문 시장 점유율은 약 40%정도다.
수액제는 환자를 살리는 생명수와 같은 필수 의약품이지만 회사 수익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제품의 보험약가는 생수 한 병 가격인 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 가치 실현과 국민건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글로벌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고 수액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섰다. 지난해 JW중외제약 매출액은 6066억원이었는데, 이중 기초수액이 791억원, 영양수액이 1027억원이었다.
JW중외제약은 오너3세인 이경하 전 대표이사(현 JW그룹 회장)가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R&D 역량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회장은 CEO가 되기 전부터 제약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지역 영업담당을 시작으로 마케팅과 R&D 등 다양한 부서를 돌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입사 3년 후에는 잠시 미국으로 건너 가 드레이크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 2009년 그룹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2015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이 JW중외제약 대표에서 물러난 2017년부터는 영업전문가인 신영섭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이성열 대표이사 선임으로 잠시 투톱 체제를 이어갔으나 2년 3개월 만에 다시 신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JW중외제약은 해외에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자체 R&D 역량으로 개발을 완료하고 판권을 갖는 '라이선스 인(license-in)' 전략으로 외형성장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고용량 철분주사제 '페린젝트' 등의 오리지널 전문의약품들이 주력 품목으로 올라서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9%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3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213억원, 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92.9%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자체 기술로 제조한 항생제 원료 '어타페넴'으로 만든 완제품이 미국에 출시됐다. 국산 카바페넴계 항생제 원료로 생산된 완제품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되는 것은 JW중외제약이 처음이다.
현재 회사는 'R&D 중심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한 상태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연구기술을 원동력으로 Wnt, STAT 등 5가지 타깃 중심의 암‧면역질환‧재생의학 분야 혁신신약(First-in-classs)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이지만 회사는 화학/생물 정보학 기반의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인 '주얼리(JWELRY)'와 '클로버(CLOVER)'를 통해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창출하고 있다.
클로버는 암 세포주와 조직, 유전자 정보와 화합물, 약효 예측 데이터를 축적한 빅데이터 플랫폼인데, 회사는 이를 통해 총 10여종의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그 중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JW1601'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임상2상에 착수했고, 통풍치료제 후보물질 'URC102'은 2019년 중국 심시어에 기술수출을 완료했다. 국내에서도 후기 임상 2상을 마친 상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STAT3 표적항암제 'JW2286'은 내년 1분기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비임상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국책과제에 선정돼 비임상 연구비 일부를 지원받게 됐다.경구제로 개발되고 있는 JW2286은 세포 내에서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단백질 'STAT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이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STAT3 표적항암제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사례는 아직 없다.
또 회사는 Wnt 신호의 활성과 저해를 구별해주는 플랫폼 '주얼리'를 통해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의 'JW0061'은 Wnt 신호를 활성화해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를 증진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또 Wnt 플랫폼을 기반으로 암, 면역질환, 조직재생 분야 신약도 연구 중이다.
아울러 회사는 연구 포트폴리오 및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외부 투자를 위한 전문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보로노이,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오가오이드사이언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등 유망 바이오테크와 협력하는 산-산 공동연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과 신기술의 플랫폼을 결합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면서 새로운 과제를 지속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영섭 대표는 "앞으로도 JW 플랫폼에 새로운 R&D 플랫폼을 결합해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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