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준 임금피크 대상자 1413명2015년 166명에 비해 약 8.5배 급증희망퇴직 부활 등 명예퇴직 현실화해야
29일 올해 6월말 기준 IBK기업·KDB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임금피크 대상자는 1413명이었다. 이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던 시기인 2015년 166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되는 수준이다.
특히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인력이 많은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임금피크 대상자는 1020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9년 기준 530명이였던 것에 비해 3년새 2배 가량 급증한 모습이다.
전체 인력에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국책은행들이 타 시중은행들보다 높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직원 대비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비율은 산업은행 8.9%, 기업은행 7.1%, 수출입은행 3.3%다. 반면 국민은행 2.3%, 우리은행 2.1%, 신한·하나은행 0.1% 등 시중은행들은 0~2%대에 불과하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자의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국책은행들은 2015년 도입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전직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과 같은 특별 희망퇴직은 사실상 사라졌다. 수천만원 혹은 억 단위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시중은행들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국책은행들도 명예퇴직제도가 있다. 다만 공무원 산정방식을 따르고 있어 임금피크제를 택했을때보다 받을 수 있는 임금이 적은 등 유인책이 적다보니 유명무실한 상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인사 적체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인력이 많아질수록 현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은 한정되기 때문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돌입하게 되면 현업에서는 빠지고 후선 지원 업무를 하게 되는데, 업무의 정량은 정해져있다 보니 대부분 제대로된 일을 할 수 없어 자리만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후배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기고 임금피크 대상자들은 자존감이 상하는 등 직원들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도 "총 인건비는 정부 규제로 한정돼있는데, 임피 대상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시간외 근무시 휴가나 현금으로 지급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 인건비 여력이 없다보니 휴가 밖에 선택이 안되는 등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고 신입행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현실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명예퇴직제도 개선을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실화 추진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축소, 조직 슬림화 등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합의를 이루진 못했으나 기재부와 논의하는 등 진전이 있었던 반면 올해 정권 교체 이후에는 공공기관 혁신 지침이 나와 희망퇴직 부활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임금피크 대상자들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명예롭게 나갈 수 있도록 명예퇴직 현실화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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