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중심이었던 2세 승계 구도에 천 부사장이 발을 담그면서 최근 사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 부사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해 요식업 경영진들과의 친분 과시하면서 식음료 사업 추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 부사장은 3년 만에 이사회 합류 및 지분 확대에 나서며 승계 작업에 힘을 싣는 중이다.
세중은 지난 3일 임시 주총에서 천호전 부사장을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천 부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점으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영업 지원 및 관리 업무에만 집중해왔다.
천 부사장은 지난 2020년부터 승계 가능성을 키워왔다. 지난 2020년 천 회장의 적통 후계자로 지목된 장남 천세전 대표이사가 아닌 차남인 천 부사장에게 더 많은 지분을 넘기며 사실상 승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장남이 차남보다 승계에 한 발 더 다가선 형국이다. 천 대표가 세중의 최대주주(지분율 11.00%)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어 천 부사장(10.07%), 천 회장(4.67%), 세성항운(2.35%), 천미전(1.32%), 세중엔지니어링(1.07%) 순이다. 천 대표이사가 입사 시기가 5년 이상 빠르고, 대표이사 직함도 먼저 다는 등 세중에서 입지도 더욱 탄탄해보인다.
이에 대항하듯 천 부사장은 등기임원 복귀에 앞서 지분 확대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24~30일 5차례에 걸쳐 세중 보통주 750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달 15일에는 5차례에 걸쳐 3894만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로써 천 부사장의 세중 지분율은 종전 10.00%에서 10.07%로 늘었다.
천 부사장은 그룹 내 활동 반경을 넓히는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1979년생인 천 부사장은 2005년 세중나모여행 IT 부문 게임사업부 총괄, 2007년 세중게임즈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세중정보기술 사업 부문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누리에쓰앤에쓰와 세중샤론손해보험중개 등에서도 경영 활동을 해왔다.
다만 천 부사장이 지난해 낸 음주운전 사고로 받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은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천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교대입구삼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현대 제네시스 GV80 승용차를 몰다 신호대기 중이던 주변 차량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천 부사장의 차량을 포함해 총 7대의 차량이 파손됐으며, 피해차량 탑승자들은 상해진단서를 제출했다.
사고 당시 천 부사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1% 이상)의 두 배를 넘긴 수치인 0.234%였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규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경우 최소 2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돼있다. 판사의 작량감경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법원은 지난 19일 진행된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등 혐의로 기소된 천 부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러한 전과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천 부사장은 그룹 내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한편, 경영자로서의 능력 입증을 위해 세중의 식음료 등 신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시주총에서 세중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음식료품 제조업 및 판매업'과 '음식료품 제조업 및 판매업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평소 요식업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 부사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박제준 박이킹그룹 대표와 사교모임 '노빠꾸'를 운영하고 있다. 천 부사장은 일주일에도 수차례 노빠꾸 멤버 사진과 함께 요식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사업을 하고 있는 노빠꾸 멤버들과의 친분은 천 부사장의 음식료품 제조업 및 판매업 경영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신사업에 성공할 경우 팽팽한 승계 경쟁 구도 속 천 부사장의 입지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행업을 주업으로 하는 세중은 삼성그룹을 주요 고객사로 몸집을 키워왔다. 천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비롯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인연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중은 삼성 뿐 아니라 CJ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범삼성가와도 각별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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