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탈중국 전략 필요한 시점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 필수적"해외 신규 생산거점 전략 재설정" 거론삼성·SK, 美 반도체 투자로 돌파구 찾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했다.
양사는 단기적으론 숨통이 트이면서 중국 현지 공장 생산라인 고도화에 한정된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이제는 반도체도 '탈 중국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통해 중국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가 확실해진 만큼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 진행은 위험성이 높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 등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안에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평택공장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공장 등 향후 176단 이상의 낸드(NAND)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중국 우시와 다롄, 충칭에 공장을 보유한 SK하이닉스는 이천 및 청주공장 확대와 해외 신규 생산거점을 통한 전략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41%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가운데 49%를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다롄 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량 중 3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차츰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또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1921억달러(약 274조원)를 투자해 11곳(오스틴 2개, 테일러 9개)의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인근 테일러시에도 170억달러(약 24조원)를 들여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자회사 '솔리다임'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뒀다. 지난 7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 220억달러(약 31조원) 신규 투자를 공식화했으며 이 중 절반 규모는 반도체에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14nm 이하 로직칩 등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중국 기업에는 원칙적으로 허가가 거부되는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은 반도체 장비 반입에 대해 건별 심사를 통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1년간 수출통제 유예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하기 상당히 곤란한 조치일 것"이라며 "1년 유예가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심스럽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에 있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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