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의견내는 기구는 많고결정권한 정부·지자체 쪼개져같은 논의만 도돌이표 이어가복잡 인허가 등 계획부터 발목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계획 '마스터플랜'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계획 수립을 위해 정부-지자체 간 간담회와 민관합동TF 등 다양한 조직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각자 맡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전략'이 오히려 명확한 계획을 세우는데 혼선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관여 부서와 인원이 많다보니 의견수렴과 반영에 비효율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선도시구를 5개 신도시(일산, 분당, 중동, 평촌, 산본)에서 각각 1곳을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선도지구 지정을 비롯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전체적인 계획수립에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도지구에 부여할 구체적인 혜택이나 조건에 대한 합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후 도시 전체를 정비하는 큰 그림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허가와 의견통합 등 최종결정권을 가진 총괄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혜택 부여를 위한 법률개정은 국회가, 정비방향 등 큰 그림은 국토교통부가, 구역별 계획수립은 지자체가, 계획에 따른 사업진행은 민간조합이 각각 따로 진행한다. 이에 따른 각종 인허가와 절차도 진행주체와 승인권한이 다 따로 분리돼 있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다양한 임시기구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결정권이 없는 의견수렴을 위한 기구들이다. 대표적으로 ▲국토부와 5개 신도시 지자체장 간담회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이하 신도시TF) ▲지역별 총괄기획가(MP) 제도 ▲주민설명회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속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지자체별로 별도의 정비계획을 세우도록 한 '투트랙전략'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비사업은 통상적으로 부는 방침이나 틀을 만들고, 지자체에서 이에 따라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동시에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것. 1기 신도시 재정비 TF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A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동시에 각자 따로 진행을 하다 보니 내용 공유도 늦고 내용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서로 연계가 안 되니 합의점을 찾는 데만 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했다.
계획수립과 인허가권한 등 각종 절차가 분리돼 있는 정비사업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도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령 민간자문위원들이 정부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도 기초 지자체의 제안수립 과정이나 광역지자체의 계획승인 단계에서 별도로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토과정에서 다시 논의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같은 문제를 두고 수차례 재논의를 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작은 사항 하나의 논점을 통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
업계에선 마스터플랜이 세워져도 인허가 절차가 그대로인 사업 속도를 단축시키는 덴 한계가 있다고 본다. 마스터플랜이 세워져도 도시별로 도시계획을 세워야하고, 이를 다시 구역별로 나눠 세부사항을 정해야한다. 이후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조합을 설립하고 각종 인허가절차와 철거, 공사 과정을 거쳐야한다. 결국 실제로 주민들이 입주하기까진 짧게는 7~8년, 길게는 12~15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선도지구 지정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제대로 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선 통합심의를 도입하고 기업유치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방법은 다들 알고 있지만, 저마다 쥐고 있는 권한과 기득권을 놓기 싫고 부처마다 미묘하게 입장이 다르다보니 실행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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