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화물연대 파업까지생산 차질 및 출고 지연 우려 가중"파업 장기화 시 연내 셧다운 가능성"
화물연대는 지난 25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닷새째인 이날까지 전국 13개 지역, 136곳에서 조합원 4300명(정부 추산)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조합원(2만 2000명)의 19.5%에 이르는 수준이다. 갈수록 파업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잇따라 신차를 내놓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민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랜저·아이오닉6 등 잇따라 신차를 내놨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신차 효과가 반감될 위기에 처해서다. 직전 파업에서 현대차·기아 등 5개 완성차 업계는 팰리세이드와 토레스 등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 약 5720대에 이르는 물량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6개월 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이 또 다시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시 화물연대 노조는 현대차와 기아 공장을 볼모로 잡고 부품 납입을 중단시켜 수천대에 이르는 생산 차질을 야기한 바 있다. 여기에 고객에게 실어 나르는 탁송까지 막아세워 고객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일단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까지 강판 등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탁송 차량 조합원들이 속속 파업에 참여하면서 고객 인도 과정에선 서서히 피해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기아의 경우 하루 2000대에 달하는 생산차를 쌓아놓을 공간이 없어 제3의 장소에 물량을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생 800명을 모집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는 사무직 직원들을 동원해 완성차를 직접 운송하는 '로드탁송'에 나서고 있다. 출고 지연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 주요 공장이 울산과 아산, 광주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 있는 고객의 경우 최대 100km 이상 주행된 차를 받게 되는 상황이어서 새 차를 기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예상된다.
또한 로드탁송을 원하는 고객들 위주로 먼저 출고가 이뤄지면서 가뜩이나 반도체 수급난으로 오랜 기간 출고를 기다려온 고객 입장에선 로드탁송을 원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대기 순위가 밀리게 돼 출고에 따른 피로감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자칫 대기를 포기하는 고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GM과 쌍용차도 고민이 깊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경우 바다가 인접하지만 한국GM의 부평공장과 쌍용차 평택공장은 항만 선적까지 화물차 운송이 필수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들 공장까지 번질 경우 수출 지연에 따른 납품 지연 및 수익성 하락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교섭 결과를 계속해서 지켜보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라는 화물연대의 입장차가 커 단기 내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경우 파업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는 만큼 업계의 자발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약 3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생산되는 자동차 제조는 부품 재고를 최소화 하는 적시 생산방식 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된다"며" 아직은 공장 마다 부품 재고가 남아있고, 로드 탁송 등을 통해 신차 출고 등에 대응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연말부터 셧다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첫 교섭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양측은 오는 30일 세종청사에서 다시 만나 2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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