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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된 '삼성 가전'···어깨 무거운 한종희

격하된 '삼성 가전'···어깨 무거운 한종희

등록 2022.12.06 16:08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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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수장' 찾는 생활가전사업, 사장 이름 없어선택지는 한 부회장 체제 유지나 보직 변경 운영폭발사고·실적부진 겪어···"이건희 정신 필요"

격하된 '삼성 가전'···어깨 무거운 한종희 기사의 사진

삼성전자가 부사장급 승진 인사까지 마무리했으나 인사 내용에는 관심을 모았던 생활가전사업부장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이 사업부장을 겸직하고 있으나 이재승 전 사장의 후임 인사는 조직 개편 이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가전은 신뢰 하락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등 어려운 상황인데 '새수장' 인선이 늦춰지면 한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6일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를 종합하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선 총 7명이 승진했다.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남석우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인 이영희 부사장은 삼성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장이 됐다. 이날 부사장급 인사도 발표됐으나 이재승 전 사장이 이끌던 생활가전사업부의 '새수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재승 전 사장은 지난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생활가전 분야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로 2021년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생활가전 출신의 사장은 이 전 사장이 유일했다. 그는 냉기개발그룹장, 냉장고개발그룹장, 생활가전 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주도한 공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말 정기임원인사를 두 달 앞둔 지난 10월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사장 승진 2년도 안 된 중도 하차였다. '사장'급 인사가 돌연 사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사임 명목은 '일신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건강 문제는 아니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실제 아직도 생활가전사업부의 '자문위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승 전 사장의 퇴임 소식에 여러 가지 설(說)이 나왔으나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전 사장이 사업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생활가전 사업이 어려운 와중에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이에 이 회장이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988년 입사 이후 줄곧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만 일해왔기 때문에 생활가전 전문경영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서 '부사장'급 임원이 이 전 사장의 후임이 될 것으로 전망한 이유다. 하지만 전날 인사에서도 후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의 선택지는 한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거나 보직 변경 등을 통한 운영만 남게 됐다.

격하된 '삼성 가전'···어깨 무거운 한종희 기사의 사진

이에 따라 생활가전사업부가 2년 만에 '사장' 체제에서 최소 '부사장' 체제로 강등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 가전은 세탁기 폭발사고로 촉발된 신뢰 하락과 실적 부진이 동시에 겹쳐 어려운 국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한 부회장이 총괄하는 DX부문은 VD와 생활가전 등의 사업부를 통합해 지난해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폭발을 일으킨 제품은 도어 커버와 외부 유리 부착 과정에서 커버 접착면에 잔류한 이물질 등으로 외부 유리의 이탈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총 10만여대를 무상 수리하기로 했다. 세탁기 폭파 사고에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며 국회의원들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실적도 침체기다. 올해 3분기 VD가 포함된 가전사업 매출은 14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7%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물류비 및 재료비 증가 등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식물 기기(틔운 미니)나 스타일러 등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먼저 만들지 못했고 세탁기 폭발사고도 겹치면서 신뢰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가전사업을 지속하려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애니콜 핸드폰을 쌓아놓고 불태웠던 것에 버금가는 액션이 있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생활 라이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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