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R&D센터 개소···휴대폰·TV '생산거점→전략거점' 변화스마트폰·OLED 중장기 전략 논의···노태문·최주선 사장 동행'한-베트남 수교 30주년', 삼성 '민간외교관' 역할 수행
23일 이재용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시 THT지구에 위치한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해외에 설립된 첫 R&D센터를 찾아 "베트남 삼성 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3월 첫삽을 뜨기 시작한 하노이 인근 삼성 R&D센터는 모바일과 네트워크 분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및 검증에 필요한 최첨단 연구시설 등이 들어섰다. 삼성은 R&D센터 신축 공사에 2억2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이 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2020년 10월 베트남 방문에 이어 2년 만에 성사됐다. 당시 한국을 찾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을 갖고 베트남에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삼성의 베트남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공장 2곳과 TV·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 가까이 생산한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현재 베트남에 6개 생산법인, 1개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삼성은 그동안 글로벌 생산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을 이 회장의 출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전략거점으로 육성키로 했다. 삼성은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무선 통신보안 분야 등에 특화해 베트남 R&D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삼성R&D 센터 준공식에 앞서 전날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과 삼성디스플레이 법인(SDV)을 찾아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봤다. 이어 사업 현황 및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
삼성은 1989년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하노이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다. 1995년 호치민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호치민, 박닌, 타이응웬 등에서 ▲스마트폰·모바일 기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당초 베트남에서 중저가 제품을 위주로 생산했다. 그러나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최신 폴더블폰 및 4G/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TV,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폰에 들어가는 모듈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폰 등 갤럭시폰의 모듈라인 증설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추가적인 투자를 확정지을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모듈라인은 인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이나 타 지역 삼성전자 생산기지로 공급된다"며 "작년 말과 연초에 폴더블 수요가 많이 늘어나서 설비 투자에 대한 업계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이외에도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건설,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 주요 계열사들이 진출해 있어 사업 시너지가 크다.
삼성은 베트남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양국 간 관계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재계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수출 654억 달러를 기록해 베트남 총 수출의 약 20%를 담당했다. 2021년 기준 베트남의 총 수출은 336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회장은 2012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 현장을 점검한 이래,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삼성의 베트남 사업을 챙겨 왔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응우옌 쑤언 푹 현 베트남 주석(당시 총리)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는 10명 이상의 임원진이 동행했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출장 일정을 함께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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