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다른 지자체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 대구시발(發) 규제 완화 신호탄이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현행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대형마트들과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월 2회의 의무휴업, 자정~오전 10시 영업 제한,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 면적 3000㎡ 이상 점포의 출점 금지 등을 강요받고 있다. 심야시간(자정~오전 10시까지)의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해서도 배송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중단을 전국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신 지자체에서 이해당사자와 합의하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대구시가 이를 잘 활용한 사례다.
대구에 이어 일부 지자체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와 대전시 등에서 평일 의무휴업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기도 일부 지역과 충남 보령·계룡시, 강원 원주·강릉·삼척시 등의 대형마트는 이미 일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쉬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골목상권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도입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골목상권 보호로 이어지지 않고, 과도한 영업규제라고 판단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와 다르게 골목상권을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도 저해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매년 점증해 왔다.
대한상의가 지난 6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규제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49%로 절반을 차지했다. 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일주일간 국민들을 대상으로 총 10가지 '국민제안' 투표를 받고 가장 표를 많이 얻은 상위 3가지 제안을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총 10건의 국민제안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투표 과정에서 '중복 전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규제 완화가 보류됐다.
현재 유통산업은 10년 전과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규제는 10년 전 사고방식에서 머물러 있다. 소비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 채널과 식자재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동지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구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상화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급성장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매출에 타격을 입어 실적 부진 점포를 정리해야 했다. 이커머스 업계가 새벽 배송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을 때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에 발이 묶였다.
대형마트는 지난 10년간 매장 수가 급감했고 매출이 정체됐다. 규제가 도입된 2012년 383개였던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7년 423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08개로 감소했다. 매출액은 2017년 3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4조6000억원으로 제자리다.
보호하려던 전통시장이 성장한 것도 아니다. 2010년 전국 1517개였던 전통시장은 2020년 1401개로 줄었다. 대형마트가 폐점한 지역 상권의 소매점 등은 매출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심지어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대형마트에 매장 오픈을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집객력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시장 안에 문을 연 대형마트 매장은 이마트 노브랜드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2019년에는 이마트에 입점을 정식으로 요청한 전통시장만 40여개에 이르기도 했다.
개정 유통법의 취지는 상생을 위함이었지만, 오히려 유통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십수년간 전통시장에 쏟아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금은 수조원을 넘어섰다. 건강한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현실에 맞지 않은 낡은 법안을 재개정하고 실효성 있는 전통시장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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