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동요 '병원놀이'에는 아프면 소아과(소아청소년과)로 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동요에도 등장하는 이 소아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662곳의 소아과가 문을 닫았다. 2020년부터는 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많아졌다.
국내 인구의 20%에 가까운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지켜줄 소아과는 대체 왜 줄어드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703만 명이었던 만 14세 이하 아이들의 인구는 올해 593만 명으로 감소했다.
아이들의 수가 줄었다는 것은 소아과의 입장에서 이용자와 잠재적 이용자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공급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알 수 있다.
소아과를 찾을 아이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가 창궐했다. 감염병이 퍼지면서 마스크 상시 착용, 손 씻기 생활화 등 개인 방역이 강화되면서 감기 환자가 줄었다. 콧물, 코 막힘, 기침 등 감기증세로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이 많았던 만큼 감기 환자의 감소는 소아과에 큰 타격을 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소아과 내원일수는 2019년 대비 35.9% 급감했다. 이는 환자 수가 35.9%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아과는 특성상 비급여진료는 매우 적고, 의료수가가 낮은 질병의 진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환자 수 감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팬데믹 이후 적자를 기록하는 소아과가 많아졌다.
'의사는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진료과목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온도차가 있다. 개원의 중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진료과목은 흉부외과로, 한 해에 평균 4억8790만원을 번다. 반면 소아과는 평균 1억875만원으로 개원의 진료과목 중에서 가장 연봉이 낮다.
수요가 줄고 있어 불안한데 연봉마저 적은 소아과는 비인기 과목이다. 2023년도 국내 소아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이지만 지원자는 단 33명이었다. 전공의 지원율이 80%였던 2019년에도 소아과는 손이 부족했다. 지원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9월부터 중증질환이 아닌 소아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고, 가천대길병원은 12월 12일부터 소아과 입원진료를 막았다. 개원 소아과도 줄어드는데 상급종합병원 소아과도 인력 부족으로 점차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의사도 없고, 환자도 줄어서 문을 닫는다는 소아과. 그런데 환자의 입장에선 얘기가 조금 다르다.
요즘 개원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병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을 하는 환자가 많다. 문을 열자마자 진료 접수가 마감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 할 광경이다.
스마트폰을 이용,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업무 개시와 동시에 마감되기에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를 '초치기'라 부른다. 오픈런, 초치기를 모두 실패하면 진료가 가능한 소아과를 찾아 떠돌거나, 기나긴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한다.
소아과가 줄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10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10살과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얼마 전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갔는데 이미 접수가 마감됐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진료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가능한 곳이 없었다. 결국 근처 소아과 몇 곳을 돌다 타 지역으로 넘어가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소아과 가는 건 한마디로 전쟁이다"라고 한탄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왔는데, 다른 시각에서 보면 수요가 줄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이상한 소아과의 현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소아과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풀어나갈 해답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 보인다. 소아과 의사 감소가 더욱 가속화돼 아이들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찾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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