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BGF·한화, 위기 속 빨라진 경영 승계그룹 내 중책과 신사업 도맡으며 경영 일선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과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전무),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사장) 등 유통가 오너 2·3세들이 승진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된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글로벌 감각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인사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극도로 불안한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 신사업 개척 및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동시에 사업 역량을 대내외로 검증해 경영 승계의 정당성을 갖추고, 후계 대비를 본격화 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먼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는 최근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신사업인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관련 글로벌 협력 및 신사업 발굴에 힘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상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입사를 시작으로 현재 롯데홀딩스에서 부장을 겸하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 과정을 밟은 후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며 한국 롯데와는 거리를 둬왔다.
그러다 지난해 신 회장과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경영수업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신 상무는 지난 8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 주석을 면담하고, 베트남 호찌민 롯데건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사내 입지를 넓혔다. 김 전무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도 겸임하면서 신규사업 추진, 프리미엄 콘텐츠 발굴 등의 업무와 더불어 갤러리아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것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최근 미국 3대 버거 '파이브 가이즈'를 국내에 유치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9년생인 전무는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태프트 스쿨과 다트머스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한화건설에 매니저(과장급)으로 입사해 승계 수업을 시작한 후, 2020년 12월부터 한화에너지 상무보(글로벌 전략담당)을 맡았다. 2021년 5월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프리미엄 레저 그룹장)로 선임됐고, 지난해 2월에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으로 발령났다.
한화의 경우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태양광,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사업을, 김 전무가 유통 사업을 맡는 식으로 각각 노선을 명확히 해왔다. 갤러리아부문은 오는 3월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인적분할이 예정돼 있다.
BGF그룹도 최근 홍석조 회장이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사장)와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다량의 지분을 넘기며 후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홍정국 사장이 본업인 유통(편의점 CU) 사업을, 홍정혁 사장은 BGF 신사업개발실장을 겸임하는 구조로 '형제 경영'에 나서고 있다. 홍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신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홍정국 사장은 그동안 경영 효율화, CU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생인 홍정국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과정을 마치고 BGF에 들어왔다. 경영혁신실장,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맡으며 충실히 경영수업을 받다가 2019년 BGF 대표이사에 오름으로써 경영 최일선에 나섰다.
1983년생인 홍정혁 사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넥슨과 일본 미쓰비시, 싱가포르 KPMG 아세안 지역 전략컨설팅 매니저 등을 거쳐 2018년 BGF에 입사했다. 입사와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사업개발실장을 맡았다.
이듬해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 2021년 코프라 대표이사, 올해 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룹 신사업담당 직함도 겸하며 그룹 내 신사업 담당임을 명확히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통업계에는 보수적인 내부 문화가 남아있다. 2023년 글로벌 경영 환경 급변이 예상되는 가운데, 빠르게 대응하고 미래먹거리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젊은 2·3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유통업계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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