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부 증권사 매각설 언급에 시장 '화들짝''사실무근 해명' 해프닝 일단락에도 업계는 긴장"매물 바라보는 큰손 있는 한 매각설 꾸준할 것"
특정 증권사의 매각설 제기와 당사자의 사실무근 해명이 거듭되지만 한 번 등장한 증권사 매각설은 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업계의 '국룰(보편적 통용 규칙을 일컫는 신조어)'이죠.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땔감도 때지 않은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매각설이 불거졌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의 매각설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지난 12월 27일 유안타증권이 우리금융지주로 곧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유안타증권의 주가가 일시 급등했습니다.
소문의 당사자인 유안타증권과 우리금융지주 모두 소문을 부인하면서 유안타증권 매각설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문제는 유안타증권의 매각설이 이번에만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옛 동양증권을 전신으로 하는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4년 대만 유안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들인 이후 종종 매각설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대주주 측이 꾸준히 지분 보유량을 늘리는 와중에도 이런 소문이 불거지면서 유안타증권만 진땀을 흘리고 있죠.
이밖에도 다올투자증권과 한양증권 등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원치 않은 매각설로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한 SK증권도 잊을만하면 매각설이 뜬금없이 등장해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잊을만할 때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매각설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배경 때문으로 꼽힙니다.
하나는 증권회사 안팎의 사정으로 추가적인 외형 성장이 쉽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사업에서 손을 떼 현금을 확보하려는 의중 때문이라는 전망이고 또 하나는 증권사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장외 큰손'의 존재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채권 시장의 대혼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매물로 등장하는 증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루머가 여의도 안팎에 돌았습니다.
다행히도 증권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생사 여부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던 탓에 증권사 매각설은 잠잠해졌습니다.
내부의 문제는 잠잠해졌지만 원하는 물건(증권사)을 장바구니에 넣고 싶어하는 큰손의 존재는 여전합니다. 증권사를 사고 싶어하는 큰손은 바로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코자 하는 일부 은행들입니다.
실제로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를 언급하면서 증권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또 2030년까지 금융지주 전환을 꿈꾸는 수협은행이나 지방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국내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JB금융지주도 잠재적인 큰손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기존에 대형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도 금투업계에 매력적인 매물이 등장하면 언제든 베팅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단은 자산운용사나 벤처투자회사(벤처캐피탈)부터 인수하겠다는 것이 이들 회사의 뜻이지만 매력적인 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다면 언제든 사들이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합니다. 이자수익 증가로 풍부해진 은행권의 실탄(현금)도 이 의지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결국 괜찮은 매물이 나타나면 무조건 사겠다는 사람이 시장 주변에서 계속 맴도는 이상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매각설 제기는 꾸준할 것이라고 보는 셈이지요. 다수의 증권가 관계자들의 시각이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의 불황으로 증권회사들의 가치가 떨어져 있는 지금 시점이 원매자 처지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인수 타이밍으로 꼽힐 것"이라며 "올해도 여러 증권사들의 이름이 M&A 시장에서 오르내리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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