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HMM 매각 타당성 검토 착수 산은·해진공 등 관계기관과 합동 논의 얼어붙은 시황·주식전환, 매각 걸림돌
해수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HMM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민영화 타당성과 인수 후보군 분석을 위한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 컨설팅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앞서 정부는 해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중하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3일 사전 브리핑에서 "(매각과 관련)구체적인 일정은 나와 있지 않지만, 관계기관과 여러 가정 아래 해운시장 불확실성 등 상황을 점검하며 매각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관계기관 협의 없이 급하게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MM 민영화 작업이 수면 위로 펼쳐진 것은 경영 정상화 궤도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2016년 8월 HMM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산은의 매각 의지도 강하다. 작년 9월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은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 시장 상황과 인수 의향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HMM 지분은 산업은행(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SM그룹(5.52%), 신용보증기금(5.02%) 등이 보유하고 있다. 공공이 보유한 지분은 총 45.67%이며, 5일 종가 기준 가치는 약 4조3658억원이다. 여기에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은 2조6800억원에 달한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공공기관 지분율은 74%를 넘어서게 된다.
영구채 전환 이슈는 HMM 매각의 큰 걸림돌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해수부는 "(공공 지분율)74%가 되면 민영화가 곤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운이나 증시를 보면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상운임이 지속 내리막 길을 걷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 초 해상운임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1년 만에 80% 이상 떨어졌다. 10~20년을 주기로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되는 해운업의 경기 사이클이 HMM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인수 매력도가 떨어져 새 주인을 찾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에 해수부는 해운업 불황기를 막기 위한 종합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올해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지원을 위한 1조원대 위기대응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어려움을 겪는 해운사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선박을 해외 매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202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선박 50척을 매입한 뒤 국적선사에 임대하는 공공선주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중소·해운사 위기 대응 등을 위한 긴급자금 3000억원을 포함 총 3조원의 '안전판'을 마련하고, 미국·동남아 등 거점 항만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한편, 시장에서는 HMM이 업황 하락기를 감내할 수준의 탄탄한 재무 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9년 말 연결기준 556.7%까지 상승했던 HMM의 부채 비율은 작년 9월 말 36.9%로 하락했다. 현금성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15조8000억원이며, 이는 총차입금 6조4000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한기평 측은 "작년 하반기 운임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2023~2024년에는 신규선박이 대거 인도될 예정으로 초과 공급에 따른 운임 하락과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신조선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재무지표가 일부 저하될 것이나, HMM의 충분한 현금 보유를 감안할 때 향후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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