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 속 지난해 역대최대 실적 유력신차 중심 판매확대, 판가인상에 환율효과까지올해는 경기침체 본격화로 성장 둔화 불가피中 존재감 흐릿···전문가 "인도 등 대안 찾아야"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41조9898억원, 9조449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7%, 41.4%씩 급증한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 86조8808억원, 영업이익 6조922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4.3%, 영업이익은 11.5%씩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조원대까지 내려갔지만, 가파른 판매 회복에 힘입어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한 모습이다. 두 회사는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컨퍼런스콜을 열고 2022년 경영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아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7조13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호적 환율(+2조979억원), 경쟁완화, 믹스개선, 판가인상(+1조4691억원), 판매대수 회복(+1조2444억원) 등이 영업이익 증가의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거뒀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325만5695대, 기아는 5.4% 증가한 236만2551대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해외 판매량이 증가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106만989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점유율(9.4%)을 기록했다. 기아(54만2423대)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7.9% 증가하며 기존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4% 가량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도 147만4224대를 판매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6%로 사상 최고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 순위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톱3'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329만9000대를 판매해 토요타그룹(513만8000대),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기아의 성장세는 지난해 대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은 점진적으로 해소되겠지만 경기 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심화, 미 IRA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것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동헌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경기부진 심화가 예상되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는 8000만대 미만에 그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8600만대) 수준의 판매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또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많이 올렸다"며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는 올해부터는 가격 인상이 어려워 현대차·기아의 수익성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과거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올라갔지만 지난해에도 7%에 못 미쳤다"며 "대내외 시장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률 목표치(8%) 달성은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북미의 IRA 시행도 큰 고민거리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북미 지역에서 만든 전기차로 제한하고 있지만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완공해 현지 생산에 나설 예정이지만 약 2년간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인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부진한 것도 부담이다. 지난 2016년 179만대에 달했던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사드 보복에 따른 '한한령' 이후 급감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약 27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12%에 그쳤다. 약 13만대를 판매한 기아의 점유율(0.56%)를 합쳐도 1.6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뽀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잃어버린 5년(사드 보복 기간)동안 중국 현지 업체들의 내연기관차 품질이 대폭 개선됐고, 전기차도 중국정부가 수입산엔 보조금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고 현지 업체가 초강세인 중국시장보다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 공략을 강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인도시장은 엔트리카 중심이라 판매대수 대비 이익이 높진 않겠지만 꾸준히 공략하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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