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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변방에서 주인공으로' ···더 강해진 '파괴적 혁신가'

산업 자동차 현대차 글로벌 톱3

'변방에서 주인공으로' ···더 강해진 '파괴적 혁신가'

등록 2023.02.02 07:5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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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84만대 르노·닛산 추월···유럽 점유율 상승 1위올해 누적 1억5000만대 유력···'싸구려차' 이미지 벗어정의선 회장, 올해 자동차 산업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인재 영입·투자 등 과감한 의사결정이 실적 개선으로

'변방에서 주인공으로' ···더 강해진 '파괴적 혁신가'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의 승진 2년 만에 글로벌 톱3 완성차업체로 도약했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성을 개선한 노력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제 개발하는 등 혁신을 거듭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의 변방에서 주인공으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684만대에 달하는 판매 성적을 달성했다. 일본 토요타그룹(1048만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826만대)에 이은 글로벌 3위 기록이다. 2021년 505만대를 팔아 4위를 기록한지 1년 만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625만대 추정)와 스텔란티스(605만대 추정)를 제친 것으로 확실시된다. 미국의 '자동차 공룡'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이미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난에 따른 생산차질과 수요 위축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주요 경쟁사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동안 수출물량 확보에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유럽 점유율은 9.4%로 폭스바겐그룹(24.7%), 스텔란티스(18.2%), 르노그룹(9.4%)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점유율은 전년 대비 0.7%p 증가해 상승 폭 1위를 기록했는데, 유럽에 기반을 둔 1~3위 업체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러시아 뺀 대부분 지역서 판매 증가
지난해 현대차의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394만3000대였지만 중국을 빼면 4% 늘어난 368만9000대로 집계됐다. 쏘나타, 싼타페, 투싼, 제네시스 라인업 등 3세대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신차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도 전년 대비 4.5% 증가한 290만2000대로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판매가 어려워졌지만 인도공장의 3교대 전환에 따른 물량 증가, 카렌스(인도)와 스포티지의 신차 효과, 반도체 수급 개선에 따른 공급 확대 등이 판매 호조의 주요 배경이다. 4.3%였던 서유럽의 시장점유율은 4.8%로 상승했고, 4%대였던 미국에서는 5.0%까지 치솟았다.

지난 1983년 100만대 수준이었던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993년 1000만대를 넘어섰고, 2008년엔 5000만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어 2016년 1억대를 돌파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1억5000만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판매 1억5000만대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판매한 지 61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처음 5000만대를 파는 데는 47년이나 소요됐지만 그 다음 5000만대는 8년, 그 다음은 7년으로 단축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경기 화성 남양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경기 화성 남양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공격적 인재 영입 통한 디자인·품질 혁신 '결실'
이에 세계적인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지난달 정의선 회장을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모터트렌드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는 계속해서 장외 홈런을 날리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차량들은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 품질,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경쟁자들이 맞서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에서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게임 체인저'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급성장 배경은 상품성 개선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첫 손에 꼽힌다. 알버트 비어만 전 연구개발본부장, 피터 슈라이어 전 디자인 총괄 사장, 루크 동커볼케 최고창의책임자(CCO) 겸 제네시스 사장 등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이후 상품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핵심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평균 잔존가치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40~45%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잔존가치는 55%(기아 기준) 이상으로 업계 2위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싸구려차' 이미지를 벗고 토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잔존가치 상승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커넥티비티, 인포테인먼트, 연비 등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만족감이 주요 원인"이라며 "JD파워가 발표하는 자동차 만족도 조사에서 제네시스·현대차·기아는 지난 3년간 1~2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선보인 K5와 스포티지 이후 디자인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점도 판매를 이끈 주요 요인이다. 특히 단일 디자인에서 벗어나 시장별로 변화를 주면서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경쟁사 대비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판매 호조의 배경이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는 각각 3만4825달러, 3만4725달러에 판매(주력트림 기준)되고 있다. 경쟁자인 포드 익스플로러(3만7005달러)와 토요타 하이랜더(3만7070달러) 대비 약 2000달러(240만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그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며 "꾸준한 품질·디자인 경영과 대규모 해외공장 투자, 신흥시장 개척 등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뚝심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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