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조원 중 절반 이상···'스마트 공장 및 전동화 큰 그림'내연기관차 생산라인 효율화 및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전동화 준비 안 된 부품업계···전문가 "낙수효과 기대"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미래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전동화 전환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6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를 바탕으로 2030년 32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체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 수준인 144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전동화와 친환경 부문에 16조2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전동화 제품 경쟁력 확보와 전동화 부품 선행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 뿐만 아니라 전용 공장 구축‧라인 증설,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충전 등에 대한 전략투자도 계획에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추진에도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에는 기존 완성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공장 스마트화 등 시설 투자에만 전체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38조원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개발 등 제품 차별화와 공장 스마트화 등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친환경 미래차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자동차산업은 1996년 이전에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고, 당시 확보한 생산 케파를 지금까지 유지해왔다"며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전용 설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생산 쪽에 투자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국내 자동차 공장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 돼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시설 투자에 힘을 쏟는 건 대다수의 부품사들이 전동화 전환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부족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대형 투자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현대차그룹은 설비 증설과 생산라인 효율화 등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차도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가 단행되면 내연기관 부품사들도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내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대비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부품사의 72.6%가 "미래차 전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부품사들은 자금부족(42.5%), 정보부족(32.2%), 기술부족(20.4%), 인력부족(4.2%) 등을 이유로 미래차 전환에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의 41.2%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다. 도급 단계별로는 2차 이상의 하위협력사 비중이 89%에 달한다. 국내 부품사들 가운데 연구소를 운영중인 곳은 14%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차 협력사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업체의 대규모 시설투자는 부품 협력사들의 전동화 전략 수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동차 산업은 광범위한 후방산업을 갖고 있고, 완성차업체에서 부품사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통해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을 위해 부품업계, 정부와 함께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1차 협력사는 물론 5000곳 이상의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의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굳건한 자동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사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미래 신사업과 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이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투자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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