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내부가 밖에서 보이지 않게 된 건 지난 2021년 7월부터다.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은 담배소매점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20211년에 만들어졌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그런데 2021년 7월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담배 광고를 단속하면서 일선 편의점에 반투명 시트지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 편의점 담배광고물이 밖에서 보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 반투명 시트지는 도입될 당시부터 실효성이 있느냐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모두 제기됐었다. 편의점주들과 업계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데 야간 시간에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려했고, 시민들 또한 이에 공감했다.
게다가 편의점은 아동안전지킴이집, 여성안전지킴이집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사회적 인프라 기능도 하고 있는데, 시트지 부착은 이런 순기능을 저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밖에서 보이는 담배 광고를 차단한다고 흡연율이 낮아지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불투명 시트지는 부착됐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인천시 계양구의 한 편의점에서 현금을 노린 강도로 편의점주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편의점 내 창고 앞에 쓰러져 있다가 50분이나 지난 후 발견됐다. 담배 광고를 가리려다 안전까지 가려버린 것이다.
실제 범죄가 발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투명 시트지 대신 금연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고 최근에는 대체 금연 포스터 시안 2종도 확정됐다. 포스터는 담배 광고가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하되, 매장 내·외부 시야는 확보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와 점주들도 정부의 대책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어찌 됐든 결국 금연 광고를 붙이기로 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시트지를 뗐다고 하더라도 '성인의 눈높이'에서 광고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 포스터를 붙이겠다는 것도 모호할뿐더러 편의점 종사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밖에서 담배 광고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대책인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담배 광고가 청소년이나 비흡연자의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아직 담배를 피울 수 없거나, 피울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편의점 계산대 주변에 광고물을 설치하면 무의식적으로 광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흡연에 대한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은 누구나 자유롭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거리를 지나가면서 편의점 내부의 담배 광고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경우도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나가면서 편의점 안 담배 광고까지 보는 사람이 있어? 편의점에서 담배 사는 사람들은 피우는 사람들, 목적이 명확하잖아" 비흡연자인 지인들에게 물어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탁상행정으로 항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완벽한 정책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수렴했더라면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또 비난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보다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정책과 대책과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라본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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