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만대 규모 전기차 생산설비 구축 계획부산공장·車 부품업계 지속가능성 제고 기대선언적 구호 '한계'···배터리 조달 등 구체화돼야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부산공장 신규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르노코리아차의 부산공장을 전기차 글로벌 생산기지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한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한국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실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공장을 중‧대형차 수출기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메오 회장은 한국에 6년간 수억유로를 쏟아부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전기차와 관련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르노코리아차가 생산하게 될 전기차는 신차개발 계획인 '오로라프로젝트'의 세 번째 차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르노코리아차는 1회 충전으로 최대주행 거리 600㎞ 이상,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신형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르노그룹의 부산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GM은 연구개발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를 통해 전기차 개발만 맡고 있고, 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전기차 관련 신규 투자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르노코리아차의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2020년 11만4721대, 2021년 12만8017대, 2022년 16만4656대 등 매년 20만대를 밑돌고 있다. 한때 7개 차종(SM3‧5‧6‧7, QM6, 닛산 로그, SM3 ZE)을 혼류생산하고 2017년엔 26만대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신차 부재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한다면 지속가능성과 미래 발전 전망을 한층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배터리 공급망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잘 갖춰진 편이라 르노그룹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와 거래관계에 있는 내연기관 부품사들도 모터, 배터리 등 전동화 부품에 대해서는 판로를 넓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르노코리아차가 르노그룹의 단순 생산기지에 머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부산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국내 연구개발 역량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외국계 회사인 한국GM이 전기차 물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립라인의 생산성 문제일 뿐 한국의 전기차 관련 역량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겸 전기차협회장은 "우리나라는 전기차에 대한 노하우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많겠지만 르노그룹의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르노코리아차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르노그룹의 투자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전기차 전용 공장 구축이 립서비스와 선언적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부터 전동화 생태계 구축, 신규 자금 확보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2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투자 규모와 생산 차종, 고용 등 구체화된 내용이 전혀 없다"며 "특히 전체 공장을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한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공사 기간 동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르노그룹 측은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하면서도 배터리 조달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2대 주주인 중국 지리자동차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나 전기차 플랫폼을 수급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국내에선 썩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르노그룹은 대표 전기차인 '조에(ZOE)'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을 적용하며 국내 배터리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연간 20만대 수준의 르노코리아차와 배터리 합작법인(JV)을 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그간 부산공장이 전기차 생산체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르노그룹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며 "전기차 전용 공장 구축 계획이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배터리 수급 방안과 투자액 등을 구체화해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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