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4월 "하이 로드 제조업과 돌봄 사회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을 통해서 조선업의 인력난과 외국인 노동자 다뤘지만, 최근 조선업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일할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고용노동부·법무부를 비롯한 정부는 소방수로 등판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대로 외국인 노동자를 현장에 긴급하게 '수혈' 중이다. 숙련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법무부는 용접·도장·전기 작업을 담당하는 외국인 숙련공을 뽑기 위해 E-7 비자의 업체별 쿼터를 20%에서 30%로 풀어줬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E-9를 관장하는 고용노동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을 쌓을 경우 E-7 비자로 승격하는 E-7-4 숙련기능인력 전환제도도 쿼터를 확보하기로 했다. 울산에는 연내로 1만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일 하러 오게 될 것이다. 1960~80년대 중동에 나가서 돈을 벌러 나갔던 한국의 노동자들처럼 이들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으리라.
저출생 고령화로 점차 청년을 제조업 현장에 뽑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은 틀리지 않았다. 점차 이주 노동자들이 유입될 것이고, 이들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게 당연한지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얼마전 진행된 현대자동차 생산직 공채는 4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선업계의 빅3 중 하나인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은 생산직 양성 기관인 기술교육센터의 훈련생을 뽑았는데, 성적이 우수한 노동자를 바로 직영(원청) 정규직으로 선발한다고 알리자 조선업계를 꺼린다던 청년들이 몰려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 대기업 생산직(오퍼레이터) 정규직 공채는 여전히 인기다. 청년들은 원청 정규직만 시켜준다면 생산직 일자리라도 언제든 좋다는 말이다. 실제로 생산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이탈률은 2% 남짓이라고 한다.
결국 제조업 현장에 청년이 찾지 않는 것은 원청 대신 하청,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인 고용상 지위에 따른 문제에 가깝다. 더불어 왜 하청과 비정규직을 거부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고, 한국사람 모두가 익히 아는 이유다. 제조업 현장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것은 기본에 임금은 원청과 20~30% 격차를 감수해야 한다. 여전히 '성 안'에 있는 원청 정규직들의 괄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청년도 김용균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임금 격차를 만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사실은 다단계 임가공 하도급 구조)는 물론이고, 일해도 숙련을 쌓으며 '성장'할 수 없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모든 공정과 주요 직무를 이주노동자에게 맡기고, 관리직만 '내국인'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수많은 대기업과 대기업 하청기업 경영진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장'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는 그야말로 '페이퍼워크'만 누적되는 '형이상학'에 지나지 않는다. 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커리어패스'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내일채움공제이나 지자체의 정착금 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어느 새 멈춰버린 직무급-숙련급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불을 지펴야 당장 제조업 대신 플랫폼 노동으로 발길을 돌리는 청년들을 잡을 수 있다.
원청 정규직에 준하는 지위를 어떻게 청년 구직자들에게 보장할 것인가? 그런 건 꿈같은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 어느 나라든 노동시장에서 제조업의 쓸모는 적정한 임금으로 많은 사람을 고용하여 중산층을 만드는 데 있었다. 그 원칙을 개별 기업이 견지하기는 어렵다. 모두를 대기업 정규직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동일한 수준의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자는 이야기다. 독일을 비롯해 생산직 노동자들이 적정한 임금을 고르게 받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단단한 사회적 협약의 전통을 구축했기에 경쟁력과 혁신, 그리고 고용 안정을 이룩할 수 있었다.
최근의 제조업 구인난은 정규직이 사라진다는 우려보다 더 빨리 청년들이 제조업체 전체를 기피할 것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좋은 답을 찾는 게 제조업체 엔지니어들의 조직문화다.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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