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상반기 내수 실적 신기록에도 경차는 '제자리'캐스퍼 신차효과도 '반짝'···전기차 출시 새 전환점전문가 "저렴한 가격에 최대주행 거리 200km 넘어야"
19일 기아에 따르면 국내 경차 시장을 대표하는 모닝은 지난 2004년 1세대 출시 이후 3번의 완전 변경(풀체인지)과 4번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치며 19년째 판매되고 있다.
모닝은 출시 첫해인 2004년 내수시장에서 1만8530대 팔리는 데 그쳤지만 2008년 8만4177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10만대를 돌파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9만대 이상의 높은 판매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모닝의 판매량은 현행 3세대 모델이 출시된 2017년 이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출시 첫 해 7만437대를 기록한 모닝은 2018년 5만9043대, 2019년 5만364대, 2020년 3만8766대, 2021년 3만530대, 2022년 2만9380대로 매년 판매량이 감소해왔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만2900대 팔리는 데 그쳤으나 최근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점이 위안거리다.
다만 2011년 첫 출시 이후 페이스리프트만 단행된 레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2년 4만3000대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레이는 2016년 1만9819대까지 내려온 뒤 2017년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4만4000대를 넘기며 큰 폭으로 반등했는데, 이는 차급 대비 넓은 실내공간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 가성비가 부각된 영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교적 신차인 현대차 캐스퍼는 비싼 가격 탓에 신차효과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출시된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를 기록하며 경차시장 1위에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2만866대)엔 레이(2만5114대)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긴 휠베이스와 박스형 디자인으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레이를 제외하면 경차 시장 전반이 제자리걸음했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6%, 11.5%씩 급증했다. 특히 기아는 경차를 2종이나 보유하고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내수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차 라인업은 판매가 정체됐지만 그랜저와 카니발 등 주력차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출시될 경형 전기차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형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경차의 최대 약점인 출력부족 문제를 단번에 해소해 줄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 매겨질 것이란 점에서 전기차 보급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로 변신한 경차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할 경우 30년 역사의 국내 경차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다만 관건은 얼마나 높은 가격경쟁력과 긴 최대주행거리를 확보하느냐다.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최대주행거리가 200km 미만에 그칠 경우 또 다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경형 전기차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며 "또한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할 때 1회 충전시 최대주행거리가 200km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효율을 모두 잡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며 "현대차그룹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인산철 배터리를 경차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겸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경형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 기반이 아닌데다 차체도 작아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협소하다"며 "기존 내연기관 경차와 마찬가지로 단거리 도심 주행용으로 쓰일 텐데, 전동화 전환을 기점으로 경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앞으로 느리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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